“슛∼ 골 외치다 쾅소리 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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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출근시간에 월드컵… 경찰 “운전자 DMB 시청 단속 강화”
DMB 시청, 음주운전보다 위험… 적발땐 범칙금 6만원-벌점 15점

《 힐끔힐끔 보는 것도 안 된다. 주행 중 흥분해서 골 장면을 쳐다보다가는 사고의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으로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운전자가 늘면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주로 새벽이나 오전 시간에 경기가 열려 화물차를 비롯한 상업용 차량 운전자, 출퇴근길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한국대표팀 경기는 6월 18일 오전 7시, 23일 오전 4시, 27일 오전 5시 등 새벽 시간에 몰려 있어 더 위험하다. 》  

경찰은 월드컵 기간에 주행 중 DMB 시청 단속을 강화한다. 경찰에 적발되면 범칙금 6만 원과 면허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정상적으로 운전할 때의 전방 주시율은 78.1%인데 운전 중 DMB를 시청할 때에는 58.1%로 크게 낮아진다. 심지어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1%일 경우)을 할 때의 전방 주시율(71.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장애물을 피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DMB를 시청할 때 1.12초로 음주운전(1.40초) 때와 비슷해 사고 위험성이 높다.

기자는 최근 경북 상주시 교통안전교육센터에서 DMB를 시청하며 운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실험해봤다. 급제동 코스, 위험회피 코스, 고속주행 코스 등 세 가지 코스에서 일반 주행과 DMB를 시청하며 주행했을 때를 비교했다. 세 가지 실험 모두 DMB를 시청하며 주행했을 때 안전도가 현저히 낮았다. 심지어 실험 도중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까지 날 뻔했다.

급제동 코스(물기둥 20m 앞에서 갑자기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 때 물기둥에 부딪치지 않게 제동하는 코스)에서는 시속 40km로 차를 직접 몰았을 때 물기둥 5m 앞에서 차를 멈췄지만 DMB를 보며 같은 속도로 달렸을 때는 2m 앞에서 멈췄다. 시속 50km로 차를 몰았을 때는 물기둥과 충돌 후 6m를 지나서 차량이 멈췄다. DMB를 보며 같은 속도로 달렸을 땐 충돌 후 16m나 지나서야 차량이 멈췄다. 물기둥이 사람이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만한 상황이었다. 위험 상황(물기둥과의 충돌)을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DMB를 시청하며 운전했을 땐 반응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빨간색 고깔 80개로 차 한 대가 빠져나갈 만한 길을 꼬불꼬불하게 만들어 놓은 180m S자 코스. 기자가 이 위험회피 코스를 정상 주행했을 땐 고깔을 하나도 쓰러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DMB를 시청하며 주행했을 땐 10m 나아갔을 뿐인데 고깔 3개를 쓰러뜨리고 코스를 이탈했다.

고속주행 실험에서는 더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둥글게 이어진 서킷에서 시속 70km로 코스를 주행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주변 사물이 ‘물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DMB를 조작하며 주행을 시작하자 ‘야간주행’ ‘횡단보도’ ‘에코주행’ 팻말을 전부 놓쳐버렸다. 게다가 300여 m를 달리다가 코너에서 DMB를 만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뻔했다. 실험을 함께한 교통안전공단 김준년 교육개발처 교수는 “조심해도 사고 위험성이 곳곳에 있는데 DMB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는 건 자살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월드컵#dmb#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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