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코끼리야, 그늘막서 더위 피하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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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이슈]
서울대공원 직거래장터 상인들… 스리랑카서 온 2마리 더위탈까 걱정
3000만원 기부, 천막 설치하기로… 사육장에 벽화 등 시민후원 잇달아

‘무더위에 수박, 참 시원하네요!’ 서울대공원 직거래장터 ‘동행마켓’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16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스리랑카에서 온 코끼리들에게 더위를 잘 이겨내라며 수박을 건네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무더위에 수박, 참 시원하네요!’ 서울대공원 직거래장터 ‘동행마켓’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16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스리랑카에서 온 코끼리들에게 더위를 잘 이겨내라며 수박을 건네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아이고, 우리도 우리지만 쟤네들도 참 덥겠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던 6월 초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말마다 열리는 직거래장터 ‘동행마켓’에 참여한 농축수산 상인들은 우람한 코끼리 두 마리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2010년 스리랑카 정부가 선물한 코끼리 ‘가자바’와 ‘수겔라’였다. 이들은 무더위가 힘겨운 듯 연신 큰 귀를 펄럭이며 열을 식혔다. 등에 흙까지 뿌려가며 뜨거운 햇볕을 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던 상인들은 “코끼리가 딱하다. 더 더워지기 전에 이들이 피할 그늘 천막을 사주자”고 제안했다.

이들의 작은 마음 씀씀이는 16일 오전 서울대공원에서 코끼리를 위한 ‘특별한’ 행사로 이어졌다. 그동안 전국 3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동행마켓을 열어 온 상인 60여 명은 가까이서 처음 코끼리를 본 뒤 “정말 귀엽다” “간식이라도 먹이고 싶다”며 대공원 측과 상의해 각지에서 가져온 과일과 야채를 전해왔다. 그러다 이번엔 전통주와 가공품, 산삼 등 각종 지역 특산물을 팔아 남은 수익금 총 3000여만 원을 코끼리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상인들은 이날 기부금 전달과 함께 코끼리 여우 등 동물원 식구들에게 시원한 수박 등 제철과일을 ‘보양식’으로 선물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전남 고흥 거금도에서 서울대공원까지 달려왔다는 정현진 농산물직거래장터 자치회 회장(61)은 “동물들을 위한 그늘 천막을 마련해 주기 위해 상인들이 3만∼5만 원씩 십시일반 모아 왔다. 이번에 상인들에게 가장 인기 많았던 코끼리가 선정됐다니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조만간 기부금을 더 모아 각자 좋아하는 동물과 자매결연을 하고 다양한 후원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처럼 서울대공원에는 동물을 좋아하는 시민들의 크고 작은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기업 동호회원들이 동물사육장 울타리를 칠하고 꽃을 심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대학연합벽화그리기 동아리 학생들은 낙타 우리에 벽화를 그려줬다. 계원예대 학생들은 예쁘게 만든 새집을 나무 곳곳에 걸어두기도 했다.

이 밖에 서울대공원은 동물들의 사료를 밖에서 사오는 대신에 공원 내 유휴공간을 밭으로 개간해 ‘동물먹이 숲’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공원 측은 “지난 1년 동안 30개의 단체와 시민이 참여해 다양한 후원 활동을 펼쳤다. 지금까지 예산으로만 운영돼 왔던 대공원이 이제는 시민이 함께 꾸려가는 곳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이 단순히 동물을 구경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과 동물이 공생(共生)하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코끼리#서울대공원#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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