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브라질 리포트] 쿠이아바 더위 무시한 러시아의 선택…과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7일 06시 40분


전력 노출 차단·선수 휴식차 경기 전날 입성
“쿠이아바 폭염, 적응 필요”…대표팀에 호재

‘러시아는 쿠이아바가 두렵다?’ 100% 확신할 순 없어도 어느 정도 맞는 얘기다.

한국과 러시아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이 열릴 장소는 브라질 아마존 남부의 쿠이아바다. 남반구의 6월은 분명 늦가을이지만, 이곳과 큰 상관이 없다.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한낮의 폭염을 겪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다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할 뿐이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차린 이구아수와도 크게 다르다. 그래서 대표팀은 경기 이틀 전(16일·한국시간) 이동을 결정했다. 쿠이아바에서 하루 먼저 적응을 한 뒤 결전에 임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표팀은 알제리와의 2차전(23일 오전 4시)이 열릴 포르투 알레그리에도 이틀 전에 입성한다.

러시아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한국과 정반대로 공식 기자회견과 공식 훈련이 진행되는 경기 전날 오전 쿠이아바에 도착한다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했다. 러시아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는 쿠이아바의 혹독한 기후에 선수단이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가 베이스캠프로 삼은 상파울루 인근 이투의 날씨도 덥지만 쿠이아바와는 차이가 있다. 사실 러시아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14일 쿠이아바에서 호주와 B조 첫 경기를 치른 칠레도 러시아와 같은 행보를 보였다. 오히려 공식 훈련까지 생략한 채 경기 당일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무리하게 훈련하기보단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칠레 기자들의 설명이었다. 러시아 파비오 카펠로 감독도 자신들이 훈련해온 곳과 상당히 다른 날씨로 괜히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공산이 크다.

어찌됐든 한국에 나쁠 것은 없다. 무엇보다 훈련장을 놓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 쿠이아바를 찾은 팀B(한국)가 대회 기간 공식 훈련장으로 사용키로 했던 바라 두 파리(Barra do Pari)가 미완공 상태여서, 팀A(러시아)에 제공될 쿠이아바 지역 대학(UFMT) 운동장이 배당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늦은 입성으로 홍명보호만 웃은 셈이다.

대표팀은 16일 짧고 굵은 쿠이아바 입성 첫 훈련을 소화했다. 먼저 쿠이아바에서 뛴 호주 수비수 알렉스 윌킨슨(전북)은 “더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꾸준하고 빠른 더위 적응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러시아가 더위에 적응하기 전,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쿠이아바(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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