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브라질 24시] 비장한 홍명보호, 반전 준비 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7일 06시 40분


축구대표팀. 동아일보DB
축구대표팀. 동아일보DB
쿠이아바 입성 후 웃음기 뺀 훈련…반전 예고
각국 취재진 코스타리카 1차전 승리에 환호
이변 속 외신·베팅업체 등 러시아 낙승 예상

숨 가쁘게 달려왔던 ‘홍명보호’가 첫 결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전율이 돋는 순간이 임박했다는 이야기죠. 태극전사들도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에서 혹독한 훈련을 소화할 때는 크게 실감할 수 없었는데, 막상 조별리그 첫 격전지 쿠이아바로 입성하자 ‘이제는 월드컵’이라는 생각들을 확실히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훈련 도중 웃는 얼굴에서조차 비장감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2014브라질월드컵이 개인적으로 6번째 월드컵입니다. 남들은 단 한 번도 밟기 어려운 무대인데…. 물론 선수 때나 코치 시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겁니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U-20대표팀(2009년 이집트)-아시안게임대표팀(2010년 광저우)-올림픽대표팀(2012년 런던) 사령탑을 두루 거쳤지만,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겠죠. 국민적 기대에 대한 극심한 부담과 엄청난 스트레스, 상상 이상의 압박을 어떤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샐러리맨처럼 담배 한 대, 맥주 한 잔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러시아전이 치러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 위치한 SMC(스타디움미디어센터)에서 대형 TV로 D조 우루과이-코스타리카전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남미의 ‘골리앗’과 북중미의 ‘다윗’이 맞붙으면 뻔한 결과가 예상됐지만, 뜻밖에도 코스타리카의 3-1 역전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함께 지켜본 각국 취재진과 대회 자원봉사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다윗의 승리를 축하해줬습니다.

맞습니다. 그게 축구죠. 가장 익숙한 곳(남미)에서 열린 무대, 그것도 크게 강하다고 볼 수 없던 상대였으니 우루과이로선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을 겁니다. 그런데 킥오프를 앞두고 그라운드 입장을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 페어플레이 깃발 뒤에 도열한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눈가에는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기가 촉촉했습니다. 만면에 여유와 웃음이 가득했던 우루과이와는 크게 달랐죠. 90분 뒤에는 열정과 도전의 위대함이 관록과 세계랭킹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고요.

대부분 외신과 유력 스포츠베팅업체, 그리고 전 세계 축구인들은 러시아의 낙승을 예상합니다. 이를 보기 좋게 깨줄 때가 왔습니다. 2년 전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홍 감독이 제자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습니다. “여러분 손으로 역사를 만들자!” 맞습니다. 이제 역사를 만들 때가 왔습니다. 러시아를 넘어 세계 8강을 향해 힘차게 질주하는 태극전사들의 쇼타임이 시작됩니다.

쿠이아바(브라질)|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