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무조건 외우지 말고 어원부터 살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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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현장

올해 SNSB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한 앤순 수조 군(왼쪽에서 두번째)과 스리람 하드와 군(왼쪽에서 세번째)을 만난 한국 학생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우리나라 대표로 대회에 참가한 이성준 군과 참관단으로 참석한 이현규, 박태성 군, 정수인 양.
올해 SNSB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한 앤순 수조 군(왼쪽에서 두번째)과 스리람 하드와 군(왼쪽에서 세번째)을 만난 한국 학생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우리나라 대표로 대회에 참가한 이성준 군과 참관단으로 참석한 이현규, 박태성 군, 정수인 양.
《 “퓌이으튼.”(자크 베일리 박사)
“어원은 무엇인가요?”(앤순 수조 군)
“프랑스어입니다.”(자크 베일리 박사)
“에프(f) 이(e) 유(u) 아이(i) 엘(l) 엘(l) 이(e) 티(t) 오(o) 엔(n).”(앤순 수조 군)
“정답입니다.”(자크 베일리 박사)

최근 미국 메릴랜드 주 게이로드 내셔널 호텔 앤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어 철자 말하기 대회 ‘2014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2014 Scripps National Spelling Bee·이하 SNSB)’ 결승전 현장. SNSB 출제자인 자크 베일리 박사(미국 버몬트대 고전학 부교수)가 정답임을 알리자 대회를 지켜보던 관객들의 축하 박수와 함성이 대회장을 가득 채웠다. 》

이번 대회에서 스리람 하드와 군(14·미국 뉴욕 주)과 함께 공동 우승을 차지한 앤순 수조 군(13·미국 텍사스 주)은 “단어를 사진을 찍듯 기억하는 ‘포토그래픽 메모리’ 방법으로 많은 단어를 기억할 수 있었다”면서 “대회장에서 섣불리 대답하지 않고 단어의 어원을 물은 후 내가 생각하는 단어인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습관 덕분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SNSB 역사상 4번째 공동 우승


이성준 군이 SNSB 문제를 푸는 모습.
이성준 군이 SNSB 문제를 푸는 모습.
올해로 87회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한국, 미국, 중국, 가나 등 전 세계 10여 개 나라에서 진행된 대표 선발전을 통해 뽑힌 초·중학생 281명이 참가해 세계 스펠러 챔피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우리나라 대표로는 올 2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열린 ‘2014 내셔널 스펠링 비(2014 National Spelling Bee)’에서 대상을 차지한 이성준 군(인천 진산중 2)이 영어교육업체 윤선생의 후원을 받아 참가했다.

NSB 대회에서 각각 금·은·동상을 받은 정수인 양(부산외국인학교 5), 이현규 군(천안백석중 2), 박태성 군(서울 풍납중 2)도 윤선생의 후원으로 SNSB를 참관하며 이 군을 응원했다.

올해 SNSB는 예선, 준결승, 결승을 거쳐 최종 우승자를 가렸다. 예선과 준결승은 컴퓨터가 들려주는 단어의 철자를 맞히는 ‘컴퓨터 시험’을 먼저 본 뒤, 출제자가 제시하는 단어를 듣고 철자를 말하는 ‘말하기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말하기 시험 두 문제를 모두 맞힌 학생 중 컴퓨터 시험 성적이 높은 순서대로 다음 단계로 진출했다. 예선과 준결승을 거쳐 12명의 학생이 올라온 결승의 경우 말하기 시험을 반복해 마지막까지 남은 참가자가 최종 우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올해는 하드와 군과 수조 군이 결승전에서 준비된 챔피언 라운드 문제를 모두 맞히면서 SNSB 역사상 4번째로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사전에서 단어 볼 때 어원과 함께 봤어요”

‘helophyte(소택식물)’ ‘pneumatocyst(기포체낭)’ ‘xerophthalmia(안구건조증)’.

올해 SNSB에 출제된 단어들이다. 어린 참가자들은 이처럼 어려운 단어의 철자를 어떻게 맞혔을까?

1981년 대회 우승자이자 이번 대회의 총괄 책임자를 맡은 페이지 킴블 씨는 “스펠링비는 단어를 무조건 외워서 맞히는 대회가 아니다”라면서 “단어의 어원을 따져가며 공부해야 맞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는 그리스어, 에스파냐어, 라틴어 등 여러 언어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어원마다 단어의 형성 원리나 의미, 발음이 다르고 어원에 따라 다르게 표기·발음되는 단어도 적지 않다. 따라서 어원마다 존재하는 독특한 철자와 발음의 관계를 알면 철자를 기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SNSB 무대에서 참가자는 출제자에게 단어의 정의·어원·예문 및 또 다른 발음이 무엇인지만 질문할 수 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출제자가 발음하는 단어를 듣고, 접두사, 접미사 등 단어를 분해해 어원을 따져가며 철자를 유추해나갔다.

공동 우승을 차지한 하드와 군 역시 “경쟁은 참가자들끼리 하는 게 아니라 사전과 하는 것”이라면서 “영어 사전을 볼 때 단어의 뜻만 알고 넘어가지 않고 어원을 함께 보며 익히는 습관을 기른 것이 도움이 됐다”고 우승 비결을 밝혔다.

메릴랜드=글·사진 이비치 기자 ql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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