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개조 한다더니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예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송광용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났다. 송 수석이 2004년 12월 발표한 논문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과정에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 상황 분석’은 4개월 전 서울교대 대학원생 김모 씨가 석사 논문으로 제출했던 논문과 제목은 물론이고 내용까지 상당부분 일치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해 두 논문을 분석한 결과 두 논문의 유사도는 59%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표절 기준 5%를 훨씬 넘어섰다.

송 수석은 “당시 김 씨가 논문을 저명 학술지에 게재하고 싶다고 요청해 내 이름을 (제1저자로) 앞세웠다”고 해명했다. 학계에서는 제자의 논문을 가로챈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은 국무위원과 달리 인사청문회 대상은 아니지만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직 참모인 만큼 꼼꼼한 사전검증을 거치도록 돼 있다. 그동안 고위 공직자를 여러 차례 낙마시켰던 항목이 바로 논문 표절이다.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 분야 수석비서관에 대해 이를 체크하지 못했다면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어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과거 칼럼에 대해 “본의와 다르게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일본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교회 강연에 대해서도 “식민지배와 분단이라는 시련을 통해 우리 민족이 더 강해졌다는 종교적 인식이었다”고 해명했다.

문 후보자의 강연과 칼럼의 일부만 떼어내 전체 맥락을 왜곡 보도한 KBS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전에 강연과 칼럼을 분석하고 그 파장을 예측하지 못한 청와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언론인 출신을 총리 후보로 내세울 때는 비리, 재산, 사생활 같은 통상적 항목뿐만 아니라 칼럼·강연 내용 등 언론인으로서의 말과 글을 검증했어야 한다. 개혁성이든 화합형이든 총리 후보의 자질은 차치하고, 인적쇄신 취지를 반감시킬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알아내지 못했다면 인사 검증은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꼭 한 달 전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그 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국민 담화에서는 국가 대개조 방침을 밝혔다. 정부 개조는 전문성과 공공 마인드를 가진 인물을 중용하는 인사로 드러날 것으로 국민은 기대했지만 이번 개각을 보면 세월호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겪고 나서도 문 후보자의 검증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송 수석 말고도 몇몇 국무위원 후보자의 논문 표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인사시스템만은 국가 개조에서 예외인지 묻고 싶다.
#송광용#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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