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수니파-쿠르드… 이라크, 宗派따라 세 동강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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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ISIL, 바그다드 향해 진격… 시아파 정부군-민병대 반격 나서
쿠르드족, 혼란 틈타 유전지대 장악… 시아파 이란, 2000여명 파병

이라크 일촉즉발
이라크의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주요 도시들을 속속 점령하면서 이라크가 ‘수니파-시아파-쿠르드족’ 지역으로 세 동강 날 위기에 빠졌다.

영국 BBC방송은 14일 “이슬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공격으로 이라크가 미군 철수(2011년)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며 “특히 수니파 중심의 서북부와 시아파 중심의 중남부 그리고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행사하는 동북부 등 3개 지역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ISIL은 제2도시 모술을 비롯해 이라크 전 국토의 30%가량을 점령하고 수도 바그다드 함락을 목표로 진격 중이다. 그러나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전열을 정비해 반격에 나서면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인구의 15∼20%)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전도시 키르쿠크를 손에 넣고 독립까지 추진할 태세다. 2005년 이라크 북부지역 자치권을 확보한 이후 쿠르드족은 중앙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서방 언론들은 이 3대 세력이 이 상태로 균형을 이룬다면 ‘이라크 삼국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라크의 뿌리 깊은 종파·민족 갈등은 15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스만제국은 이란 시아파 사파비 왕조의 침략을 막기 위해 인접 이라크 지역에 수니파 완충 지역을 만들었다. 쿠르드족은 아랍 민족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슬람 수니파다. 이 때문에 이라크는 500년간 시아-수니파의 전선(戰線)이 된 셈이다.

이라크 국민의 대부분이 시아파(인구의 60∼65%)인데도 줄곧 수니파(25∼30%)가 정권을 잡고 시아파를 박해한 것도 종파 갈등이 큰 이유 중 하나다.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이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무너지면서 시아파가 집권했지만 기득권을 상실한 수니파의 저항은 끊이지 않았다.

한편 미국은 ISIL을 겨냥한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14일 아라비아 해 북쪽에 있던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조지부시함을 이라크 인근 걸프 만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미사일순양함 ‘필리핀 시’와 미사일구축함 ‘트럭스턴’이 전단을 이뤄 함께 이동했다.

6000여 명의 병력이 탑승한 조지부시함 항모전단에는 전투기와 헬리콥터는 물론이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이 탑재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언제든지 ISIL 거점을 공습할 수 있다. 국방부는 무장세력의 움직임을 정밀 감시하기 위해 무인기(드론)를 통한 정찰 업무도 확대했다.

이런 가운데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혁명수비대 2000여 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고위 관계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민병조직인 ‘바시즈’ 병력 1500명이 이라크 동부 디얄라 주 카나낀 지역에, 또 다른 병력 500명은 이라크 와시트 주의 바드라 자산 지역에 각각 진입했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아 14일 테헤란에서 가진 첫 외신기자 회견에서 “국제법의 틀 안에서 이라크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 미국이 움직인다면 협력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시아파#수니파#쿠르드#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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