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가정에 최대 2000만원 ‘맞춤형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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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희망풍차’ 프로젝트 운영… 자원봉사자 방문 가사 돕기도 병행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왼쪽)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 15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에서 ‘희망풍차 프로젝트 후원 협약식’을 마친 뒤 저소득층 아동에게 나눠줄 선물 꾸러미가 담긴 희망마차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대한적십자사에 총 7억5000만 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과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왼쪽)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 15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에서 ‘희망풍차 프로젝트 후원 협약식’을 마친 뒤 저소득층 아동에게 나눠줄 선물 꾸러미가 담긴 희망마차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대한적십자사에 총 7억5000만 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과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어머니는 젖도 떼지 않았을 무렵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다. 할머니와 화장실도 없는 무허가 비닐하우스에 살던 강은지(가명·12) 양에게 ‘희망’이란 다른 나라 말이었다.

그랬던 강 양에게 최근 새 집이 생겼다. 대한적십자의 ‘희망풍차’ 프로젝트를 만나면서다. 강 양은 긴급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경기 의왕시에 작은 보금자리를 얻었다. 허리가 아픈 할머니의 치료비, 장학금, 생필품도 지원받았다.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매주 방문해 공부도 도와주고 있다. 강 양은 “이제 선생님이 돼서 나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이 생겼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고 차홍자 할머니도 희망풍차 프로젝트와 깊은 연을 맺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폐지를 모아 서울 신월동의 지하 단칸방에 살던 차 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적십자의 지원을 받았다. 생계비 지원은 기본이고 매주 자원봉사자가 차 씨의 집을 방문해 밑반찬도 만들어주는 등 자식 노릇을 했다.

그랬던 차 씨는 2007년의 어느 날 장롱 속에서 커다란 까만 비닐봉지를 꺼냈다. 그 안에는 구겨진 지폐가 가득 들어 있었다. 6년 가까이 폐지를 팔아 모은 지폐가 1000만 원 가량이나 됐다. 차 씨는 4월 21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도 적십자사에 150만 원을 기부했다.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차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울면서 찾아간 자원봉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며 “희망풍차 프로젝트는 단순한 저소득층 지원 사업을 넘어 제2의 가족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복지사각지대 가정을 위한 ‘희망풍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긴급 위기 가정으로 선정되면 5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 일회성 지원을 넘어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1회 이상 위기 가정을 방문해 가사 돕기, 심리적 안정 활동을 진행한다. 희망풍차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생필품 지원도 진행된다.

현재 적십자와 결연을 하고 살아가는 가정만 총 2만5128가구, 4만9189명에 이른다. 저소득층 아동청소년(2만1096명), 다문화가족(1만219명), 노인(1만6942명)뿐 아니라 탈북자도 932명이나 된다. 이들과 연결된 자원봉사자만 4만7116명에 육박하고 있다.

희망풍차 프로젝트의 순기능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기업의 후원도 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15일 대한적십자사와 지원협약을 맺고 총 7억5000만 원을 희망풍차 프로젝트를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희망풍차와 연결된 저소득층 아동 50여 명을 초청해 말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희망풍차는 일대일 결연을 통해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어 효과적인 복지사각지대 해소 모델”이라며 기부의 이유를 설명했다. 기부 문의는 1577-8179.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희망풍차#대한적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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