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충원에 ‘인공기’ 설치작품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학생 작품 기증받아 보름간 전시… 美예비역 장교 부부 항의에 철거

국립대전현충원이 전시하다가 14일 철거한 ‘평화의 문’. 한반도 모양 위쪽에는 인공기가, 아래쪽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어 논란이 됐다. 국립대전현충원 제공
국립대전현충원이 전시하다가 14일 철거한 ‘평화의 문’. 한반도 모양 위쪽에는 인공기가, 아래쪽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어 논란이 됐다. 국립대전현충원 제공
국립대전현충원이 유성구 갑동의 원내 현충지(연못) 주변에 북한의 ‘인공기’가 등장하는 설치예술 작품을 전시했다가 미군 예비역 장교 부부 등의 항의를 받고 철거했다.

논란이 된 작품은 현충원이 지난달 30일 원내에 내건 호국보훈 주제의 대전지역 대학생 작품 40점 가운데 2점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를 주제로 대전지역 4개 대학 학생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한 달 동안 진행하던 전시 행사였다.

그러나 13일 6·25 전몰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현충원에 들렀던 미군 예비역 티머시 스토이 중령과 모니카 스토이 대위 부부(미국 육군역사재단 고문)가 A대학 학생들의 작품 ‘평화의 문’을 보고 “호국용사들이 잠든 현충원에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항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한반도 북위 38도 선의 문이 열림에 따라 남북이 서로 열려 있는 평화를 상징한다’는 설명이 붙은 이 작품은 인공기가 위에, 태극기가 아래에 있고 한반도 지도 문양을 덧붙인 형태다.

현충원은 통일을 기원하는 예술작품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14일 제작자와 상의해 작품을 철거했다. 현충원 관계자는 “미래 통일의 주역인 대학생들이 남과 북의 소통과 화합, 통일을 위해 재능 기부를 한 것인데 그 뜻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충원은 이 작품과 함께 나치의 문양이 들어 있다며 스토이 중령 부부가 항의한 ‘명품 33인’도 철거했다. 현충원 측은 “제작자가 민족대표 33인을 명품 브랜드(루이뷔통)로 나타내려다 나치 문양(하켄크로이츠)으로 잘못 표현했다며 철거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현충원#북한 인공기 설치작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