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發 유가 폭등, 한국 경제에 찬물 끼얹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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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내전 악화되면 배럴당 150달러 넘을 수도”
국내 건설사 긴장… 정부 “민관 상황점검반 운영 계획”

이라크 사태로 국제유가가 일제히 급등하면서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13일 배럴당 109.51달러로 전날보다 2.55원(2.4%) 상승했다. 또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 원유로 꼽히는 북해산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113.41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106.91달러로 전날보다 각각 0.39달러, 0.38달러 올랐다.

수니파 반군세력이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한 데 이어 수도인 바그다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이라크산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하는 원유의 11%가량(하루 33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라크 내전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면 국제유가가 기존 사상 최고치(브렌트유 기준 2008년 7월 배럴당 148.41달러)를 넘어서 치솟을 수 있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중동 석유중개업체인 ‘메디터레이니언 인터내셔널(Mediterranean International)’의 드라간 부코비치 회장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부가 붕괴돼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로 정정 불안이 번지면 국제유가가 150달러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라크 사태와 국제유가 급등은 가뜩이나 내수 부진으로 주춤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원유의 80% 이상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내 원유수입액 중 이라크산의 비중은 9.3%였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크게 올라 수출이 급속히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으로 국내 주력 수출산업인 전자 자동차 수출에 비상등이 들어온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철강 등 에너지 사용이 많은 산업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면 내수경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내 기업들의 건설 프로젝트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이 우려된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유전 개발과 신도시 건설사업 등 16개 한국 기업들의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윤상직 장관 주재로 이라크 사태 관련 긴급동향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라크에서 사업을 벌이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수출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지 상황에 대해 보고하고 수출 및 건설 사업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윤 장관은 “국내 기업들의 현지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민관 상황점검반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라크#유가 폭등#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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