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연주자’ 신희재 “산조는 대금으로 노래하는 판소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5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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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연주자 신희재. 사진촬영|나승열
대금연주자 신희재. 사진촬영|나승열
“국악기로 연주한다고 국악이 되는 건 아니죠. 퓨전국악이라고 해도 전통이 묻어 나와야 국악입니다.”

대금연주자 신희재(29)씨는 최근 대금산조 앨범을 냈다. 이 앨범에서 그는 서용석류 대금산조의 원형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연주시간만 50분에 달하는 대곡이다. 놀라운 것은 이 긴 음악을 단 한 번의 편집도 없이 한 번에 연주했다는 사실이다.

젊은 장인이 연주하는 대금산조의 울림은 일반CD가 아닌 SACD(슈퍼오디오CD)에 오롯이 담겨졌다. 일반CD의 64배에 이르는 고음질을 자랑하는 음악 미디어다.

신씨는 국악예술고등학교와 서울대 음대 국악과를 나왔다. 현재 국립부산국악원 연주단 정단원이다. 지난 4월 난계국악경연대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이번 서용석류 대금산조 앨범은 그의 첫 공식 앨범이다.

-산조란 어떤 음악인가.

“흩어진 소리, 허튼 음악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정해진 틀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민속음악이고, 그 중에서도 독주음악이다.”

-서용석류 대금산조를 연주했는데.

“산조를 구성(작곡)한 사람에 따라 유파가 있다. 서용석 선생님의 산조는 요즘 연주되는 산조 중에서 비교적 오래된 편에 속하지만 가장 많이 연주되는 산조이기도 하다. 이생강류, 원장현류, 한범수류 등도 있다. 한범수류는 오래되어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다.”

-서용석 선생에게 직접 배웠다고 들었다.

“2002년 고등학생 때부터 작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선생님께 배웠다. 뇌출혈로 오랜 기간 동안 몸이 불편하셨다. 대금을 직접 부실 수 없어 구음으로 전수를 해주셨다.”

-서용석류 대금산조의 특징은 어떤 것인가.

“선생님은 남도 분이시다. 집안에 판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선생님의 산조에서는 판소리의 맛이 난다. 연주를 하다보면 판소리를 대금으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첫 앨범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서용석류 산조’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앨범을 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내 인생 20대의 마지막 음악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조는 비록 악보가 있지만 연주자마다 해석이 많이 다른 음악이다.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나의 산조연주는 변화해갈 것이다. 내 색깔이 분명해지기 전에 선생님께 배운 것을 남겨놓고 싶었다.”

-편집을 하지 않은, ‘통연주 녹음’을 감행했다고 하는데.

“음반사의 요구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르지 않고 연주해달라는 것이었다. 대금 특유의 음색을 살리기 위해 스튜디오가 아닌 경남 함양군의 한옥에서 녹음을 했다.”

-정말 ‘한 번에’ 녹음을 했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웃음). 1박2일에 걸쳐 6번 정도 연주를 했던 것 같다. 그 중 가장 잘 된 연주를 앨범에 수록했다. 대신 편집은 없었다. 연주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시 처음부터 연주를 해야 했다. 연주 도중에 헛기침이 나서 다시 한 적도 있다. 젊은 사람도 힘에 부치는데 김청만(69·인간문화재) 선생님께서 끝까지 장단을 쳐 주셔서 너무 감사하면서도 죄송했다.”

-말만 들어도 녹음현장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한 번에 녹음을 하려니 악보를 넘길 수가 없었다. 소음이 들어 갈까봐. 그래서 외워서 연주해야 했다. 조금만 집중력이 떨어져도 외워놓은 악보가 헷갈려 애를 먹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부탁해 내가 연주할 때 악보를 보고 있어달라고 했다. 혹시 틀리면 바로 멈추게 해 달라고. 중간에 틀린 줄도 모르고 연주했다가 모니터링할 때 틀린 부분이 발견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 모든 걸 원시적으로 했다(웃음).”

-대금이란 악기는 국악기 중에서도 비교적 대중에게 익숙한 악기에 속한다. 대금만의 매력이라면 어떤 것일까.

“세상에 사람의 목소리와 닮았다고 하는 악기는 많다. 대금도 그 중 하나지만 정말 신기할 때가 많다. 불면 연주자의 목소리와 느낌이 소리에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연주자를 가장 많이 알려줄 수 있는 악기다. 앞서 말했지만, 대금산조는 대금으로 노래하는 판소리라고 할 수 있다. 표현력이 굉장히 넓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 다른 장르 음악과의 융합적인 활동은 고려하고 있지 않나.

“안 하고 있다. 나는 전통음악 연주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퓨전음악이나 퓨전국악도 좋다.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국악기로 연주한다고 해서 모두 국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퓨전국악이라고 해도 전통음악을 알아야 하고, 그래서 이런 것들이 묻어 나와야 비로소 국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퓨전국악이라고는 하지만 악기만 국악기로 연주했지 음악 자체는 서양음악인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것은 국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어떤 음악을 들려줄 계획인가.

“두 번째 앨범계획은 아직 없다. 8월과 10월에 부산과 서울에서 연주회가 있다. 20대의 마지막 시기를 소중히, 그리고 열심히 연주하고 고민하며 보내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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