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윤종빈]이런 인사로는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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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6·4지방선거가 막을 내리고 정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선거 민심은 어느 쪽의 편도 들어주지 않았고 절묘한 균형감을 보여주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야당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여당이 선방했다. 대통령은 이에 고무되었는지 민심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지역에서 시장은 물론 25개 구청장 중 20개를 야당에 빼앗겼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향후 인사 청문회 정국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동안 대통령은 ‘수첩인사’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좁은 인적 풀에서 인사를 추진해 실패를 거듭해왔다. 특정 직업군에 한정된 청와대 비서진의 인식의 한계로 인해 인사과정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인사를 거듭할수록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개각도 비록 다양한 직업군의 민간전문가들이 발탁되었지만 계파, 지연, 학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인사를 총괄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존재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서실장이 교체되지 않고는 인적 풀의 확대는 물론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지명된 문창극 총리 후보자 또한 개혁적이고 통합적인 인적 쇄신의 상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의 역사인식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의 특강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민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발언이 일본과 식민 지배를 찬양한 것인지, 하나님의 뜻이 인간사의 시련과 축복을 통제한다는 신앙적 표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설상가상으로 한 대학의 강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과가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총리 자리는 일반 부처 장관과 달리 국민통합의 상징성을 가지기 때문에 도덕성은 물론 신중한 언행이 가장 중요한 자질인데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이다.

인적 쇄신의 핵심은 당연히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소신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지금까지의 비판의 핵심은 ‘불통’에 대한 것이었기에 총리와 내각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대통령의 부족하고 잘못된 언행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배포이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줄곧 강조한 책임총리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직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 책임총리제 정착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며 비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그래도 시도되어야 한다.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행사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또한 권한과 책임이 분산되면 더 다양한 관심사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문 총리 후보자의 책임총리 의미에 대한 경솔한 발언은 빈축을 사기에 충분하다. 검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의혹에 대해 후보자는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이고 겸손한 자세의 해명이 필요하다. 이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새로운 총리와 내각은 국가 개조를 위한 통합과 개혁에 몰두해야 한다. ‘관피아’ 척결과 관료사회 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관료의 저항과 수동적인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뿌리 내린 적폐를 척결하고 낡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권력을 가진 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 반대 세력을 포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최근에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낙선자에게 인수위원장직을 제의해 수락을 받아낸 것과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가 야당에 부지사직과 연정을 제안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6·4지방선거가 끝난 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2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 출범이 다소 버거워 보이지만 국가 개조를 위한 마지막 기회다. 비록 국민 감동을 주는 인적 쇄신은 실패했지만 개혁과 통합의 기회는 남아 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6·4지방선거#민심#인사#장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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