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英작가 세이디 존스의 ‘결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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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앓았던 청춘의 열병… 상처 주고받으며 꿈을 향해 한발두발

영국 작가 세이디 존스
영국 작가 세이디 존스
영국 문단의 이방인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세이디 존스(47)가 새 작품 ‘결별(Fallout)’로 돌아왔다. 그에게 코스타 문학상 처녀작상을 안겨준 첫 작품 ‘아웃캐스트’가 출간됐던 2008년 당시 텔레그래프지 인터뷰 기사는 작가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작가 지망생들의 공공의 적이다. 아름답고, 부유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데뷔작으로 코스타 문학상 수상에 베스트셀러까지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존스의 네 번째 작품 ‘결별’은 4월에 출간된 후 역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설은 1970년대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가를 배경으로 극작가, 배우, 연출가, 제작자로 얽히고설킨 네 남녀의 러브 스토리를 담아냈다.

주인공 루크는 영국 북부 요크셔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영화와 연극 관람을 낙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런던에서 온 부유한 집안 출신의 프로듀서 폴과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극장매니저 리를 만난 뒤 의기투합해 함께 연극을 만들기로 한다. 런던에서 함께 살게 된 세 사람. 리와 루크는 서로에게 끌린다. 하지만 리는 루크가 바람둥이라는 이유로, 루크는 폴이 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해 서로의 마음을 감춘 채 살아간다.

루크는 낮에는 청소부로 일하고, 밤에는 극본을 쓴다. 그러다 한 연극의 여주인공 니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니나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성장기엔 프랑스 출신의 이기적 배우인 어머니에게, 성인이 된 뒤에는 연출가인 남편 토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버텨왔다. 과연 가난한 극작가와 유부녀 여배우의 사랑은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에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존스는 현재 유명한 건축가인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치즈윅(런던 서쪽의 부촌)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

하지만 첫 작품 ‘아웃캐스트’가 나올 때까지 15년간 무명작가로서 힘겨운 삶을 살았다. 자메이카 출신 시인이자 작가였던 아버지와 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엔 놀림을 받고 자랐고 젊은 날엔 파리에서 웨이트리스로 힘겹게 일하며 밤마다 연극과 영화 대본을 쓰며 꿈을 키웠다.

20대 초반의 루크와 니나, 폴과 리의 모습엔 작가뿐 아니라 누구나 한 번씩 앓아야 했던 청춘의 들끓는 열병이 녹아 있다.

사랑받지 못한 유년기, 서투른 연애, 유부녀와의 일탈, 꿈에 대한 끝없는 열정…. 완성된 삶을 꿈꾸지만 성숙하지 못한 삶을 살아야 하기에 펼쳐지는 불안과 설렘, 모험과 실패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두발 다가간다.

여기에 1970년대 웨스트엔드 극장가의 뒷이야기가 녹아 있다. 신인 극작가가 어떻게 극장 문을 두드리는지, 어떠한 배경으로 극본이 채택되는지, 그리고 캐스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공연계에서 성공은 어떻게 가늠이 되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ennifera@usborne.co.uk
#세이디 존스#결별#청춘#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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