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가장 무서운 적은 징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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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
펠레가 우승후보로 꼽아 불길… 작년 컨페더컵 제패도 찜찜
메시 발롱도르 4연패 실패 등 모든 징크스 피한 아르헨은 미소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사진)는 최근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월드컵 우승후보로 독일과 스페인, 그리고 브라질을 꼽았다. 브라질 국민들은 펄쩍 뛰며 펠레에게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펠레의 저주’는 월드컵에서 가장 유명한 징크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펠레는 선수로는 최고였지만 ‘예언가’로는 최악이다. 그가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은 팀은 우승은커녕 조기 탈락하기 일쑤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펠레로부터 우승 후로로 지목됐던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그가 2010년 남아공 대회 때 우승 후보로 꼽았던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은 나란히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50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은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팀 탈락 징크스도 넘어야 한다. 월드컵 개막 1년 전 해당 월드컵 개최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각 대륙 선수권 우승국이 출전하기 때문에 작은 월드컵으로 불린다. 그런데 정작 이 대회 우승팀이 이듬해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공교롭게 브라질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브라질이 불길한 징크스에 시달리는 반면 남미의 또 다른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다. ‘펠레의 저주’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컨페더레이션스컵 징크스와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의 저주 징크스도 아르헨티나를 피해 갔다. 월드컵 직전 해에 이 상을 탄 선수의 나라는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다. 아르헨티나의 천재 골잡이 리오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수여되는 이 상의 단골손님이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내리 이 상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발롱도르는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에게 돌아갔다. 여기에 역대 남미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모두 남미 팀이 우승했다는 징크스까지 더해지면 아르헨티나는 우승팀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렇지만 징크스는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다. 4년 전 남아공 대회에서 스페인은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했지만 이후 6경기를 내리 이기며 우승했다. “첫 경기에서 진 팀은 우승을 할 수 없다”는 징크스를 날려버린 것이다. 동시에 “유럽 팀은 유럽에서 열린 대회에서만 우승한다”는 ‘유럽 안방 우승 징크스’도 깨 버렸다.

1962년 칠레 월드컵부터 50년 가까이 이어지던 유럽과 남미의 교차 우승 징크스도 날아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은 유럽의 이탈리아였는데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도 유럽의 스페인이 우승했기 때문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펠레#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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