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美에 ‘이슬람 반군 공습’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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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L, 바그다드 90km까지 접근… 의회 비상사태 선포마저 불발
미군 철군 2년 6개월만에 내전위기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 등을 장악한 뒤 남진(南進) 중인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수도 바그다드 함락을 목표로 정부군을 몰아붙이고 있다.

내전 상황에 직면한 이라크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위해 의회에 동의를 요청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연기됐다.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라크 정부는 미국에 군사적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북부 지역을 관할하는 쿠르드 자치정부(KRG)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12일 영국 BBC는 “이라크 의회가 누리 말리키 총리의 요청에 따라 비상사태 선포 동의를 위해 회의를 열었지만 재적의원 325명 가운데 과반이 안 되는 128명만 참석해 투표 자체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이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성향에 따라 행동이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라크 정부는 미군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군이 이라크 땅을 떠난 지 불과 2년 6개월 만이다. 11일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말리키 총리가 수니파 반군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지난달 비밀리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공중 폭격을 요청했으나 백악관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공습을 고려하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현재로선 이라크에 미군을 파견할 계획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에 군사적 재개입을 꺼리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다시 군사 개입을 한다면 상황에 따라 자칫 3차 이라크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에서 우호적인 후원 세력을 만드는 노력을 해오지 않았다. 이미 이라크에서 무장세력이 너무 강력해 미국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ISIL은 12일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불과 90km 떨어진 둘루이야까지 남하해 수도를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ISIL은 “바그다드에서 맹렬한 전투가 계속될 것”이라며 “그에 대해 준비하고 행진을 계속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그다드는 무장이 잘돼 있는 도시이고 정부군과 시아파 세력이 결집해 강하게 저항할 것이므로 그리 쉽게 ISIL에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ISIL의 통제력이 아직은 이라크의 석유 생산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 유가의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은 ISIL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 머무는 한국 교민은 없다고 밝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라크#미국#이슬람 반군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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