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체납자 은닉재산 3년간 2조5000억 추징… 빼돌리기 백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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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압류 들어오자 부인출자 법인에 넘겨
미술품-도자기 130여점 빈집에 숨기기도
해외 은닉재산 추적팀 신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등이 수백억 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국세청이 고액 체납자들이 해외에 숨긴 재산을 추적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12일 해외 재산 보유자의 체납세금 징수업무를 총괄하는 ‘해외 숨긴재산 추적 전담팀’을 새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신설 조직을 통해 해외에 재산을 숨긴 혐의가 있는 고액 체납자 106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자주 외국을 방문하며 호화생활을 한 혐의가 있는 체납자 49명, 고액의 자금을 해외에 반출한 체납자 31명, 역외탈세 혐의자 21명 등이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2012년부터 고액 체납자에 대한 세금 징수를 강화하기 위해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구성해 운영해 왔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 이 조직을 ‘숨긴재산 무한추적과’로 강화하고 212명의 직원을 배치해 고액 체납자 조사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 국세청은 2012년부터 올해 4월까지 고액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찾아내 1조775억 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1조4073억 원의 재산을 압류했다.

이날 국세청은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이거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세워 허위로 재산을 넘기는 등 고액 체납자들의 다양한 세금회피 수법들을 공개했다. 수백억 원의 세금과 벌금을 내지 않은 채 뉴질랜드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3월 귀국한 뒤 구속된 허재호 전 회장은 빼돌린 재산으로 미술품 105점, 도자기 26점을 사들여 이를 아무도 살지 않는 자녀 명의의 주택에 숨겨두다 국세청의 압수수색으로 덜미가 잡혔다.

한 부동산 관련 회사 대표는 세금 체납으로 살고 있던 주택이 압류될 상황이 되자 부인이 출자한 법인에 허위로 주택을 넘겼다. 이어 세무서의 조사를 피해 숨긴 재산으로 사들인 또 다른 고급 아파트에 살다 적발돼 수십억 원의 세금이 징수됐다. 또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 회사는 수십억 원의 부가가치세가 고지되자 골프장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넘기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골프장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세금 납부를 피하다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을 숨겨두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체납자에 대해서는 주거지 수색 등 체납세금 징수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체납자의 은닉재산 신고자에 대해서는 최대 20억 원을 지급하는 등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세청#고액체납자#은닉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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