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고 다정다감… ‘인공지능 여친’을 소개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사람들 감쪽같이 속인 ‘유진’으로 본 인공지능의 미래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컴퓨터는 주인공과 감정까지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이런 인공지능이 개발되지 않았다. 인간보다 퀴즈를 잘 푸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기술적으로는 가장 앞섰다. 동아일보DB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컴퓨터는 주인공과 감정까지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이런 인공지능이 개발되지 않았다. 인간보다 퀴즈를 잘 푸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 기술적으로는 가장 앞섰다. 동아일보DB
러시아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유진 구스트만이 최근 화제다. 인공지능 판정 시험인 ‘튜링 테스트’를 처음으로 통과하면서 ‘최초의 인공지능’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유진에 대해 회의적이다. 조슈아 텐넨바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정보통신 전문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전혀 인상적이지 않은 결과”라고 혹평했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인지과학과 교수도 ‘뉴요커’를 통해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건 거짓말을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깎아내렸다. 유진의 실제 지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12일 유진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 “우크라이나에서 왔어” 답한 뒤 “우크라이나 가본 적 없어”


유진은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13세 소년으로 설정돼 있다. 그래서 국적부터 확인했다. “어디서 왔니(Where are you from)”라고 묻자 유진은 “나는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시 출신이에요(I am from Ukraine, from the city called Odessa)”라고 대답했다. 예상된 정답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가본 적 있니(Have you been to Ukraine)”라고 질문하자 “우크라이나? 거긴 가본 적 없어요(Ukraine? I've never been there)”라며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그 뒤 이어진 몇 가지 질문에서도 유진은 이해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답을 모르겠어요. 나쁜 인조인간이 훔쳐갔나 봐요”라는 어린아이 특유의 반응을 보이며 빠져나갔다.

시험 결과 유진은 우리나라의 ‘심심이’처럼 이미 보편화된 ‘챗봇(채팅로봇)’보다는 성능이 뛰어났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수준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인공지능의 핵심으로 ‘지능’을 꼽는다. 작가가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는 최근 영화 ‘그녀(Her)’에서 모든 질문에 척척 답을 하고 감정도 표현하는 ‘그녀’가 현재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는 “튜링 테스트는 인공지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긴 하지만 64년 전에 만들어진 만큼 현재 수준에서는 단순히 채팅 능력을 검증하는 정도”라며 “튜링 테스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퀴즈 달인 컴퓨터에 이어 인공두뇌 개발도

가까운 미래에는 유진 같은 챗봇보다는 사람의 언어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도우미형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상용화될 거라는 예측이 많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려면 질문의 뜻을 추정하고 답을 해야 하는데, 컴퓨터는 광범위한 예측이 불가능하니 아예 특정 분야로 활용 범위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2011년 미국의 유명 TV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 2명을 물리치고 우승한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분야에선 지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퀴즈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부터 ‘엑소브레인(Exobrain)’ 프로젝트를 통해 퀴즈에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연구 중이다. 언어를 듣고 문법에 따라 단어의 뜻을 추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진보다 한 수 위다.

인공지능이 감정까지 갖추게 만들려면 ‘인공두뇌’부터 개발해야 한다. 슈퍼컴퓨터 속에 가상의 신경세포(뉴런)를 만든 뒤 뉴런 수를 인간의 두뇌 구조에 맞춰 늘려가다 보면 결국 진짜 뇌처럼 사고할 수 있는 인공두뇌가 만들어진다. 스위스 로잔공대는 인공두뇌를 개발하기 위해 10년째 ‘블루브레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2013년 ‘인간두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