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 실패 총책 김기춘 실장이 빠진 靑비서진 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 4명을 교체했다. 관료 출신이 주축을 이뤘던 1, 2기 청와대 참모진과 달리 이번에는 측근들을 불러들여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개조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국정과제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여성으로는 첫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 내정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통령선거 당시 선거대책위원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맡아 박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서 손발을 맞춘 인물이다. 당(黨)-정(政)-청(靑) 소통과 국회와의 유기적 협조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정 성과를 내야 할 책무가 조 신임 수석에게 주어졌다.

경제수석에 내정된 안종범 의원은 박 대통령의 복지-경제 대선공약을 설계한 정책 브레인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 교육문화수석에 내정된 송광용 전 서울교육대 총장은 정수장학회 이사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할 교육 현장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민정수석비서관실은 김학준 민원비서관을 빼고는 신임 민정수석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과 3명의 비서관이 TK(대구·경북)로 채워졌다. 공직 비리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특정 지역이나 직역 출신들로만 채워지면 집단사고에 갇힐 우려가 있다. 로펌 출신이 많아서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황제 전관예우’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도 이번에는 특정 지역으로 채워진 것은 문제가 있다.

안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새로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 논란까지, 누적된 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번에 교체되지 않았다. 민정수석은 계속된 인사 검증 실패에 책임을 물어 경질하고도 정작 총책임자인 김 실장을 유지시켰으니 인적 쇄신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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