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사이언스] PK 선방? 키커 어깨·다리에 답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3일 06시 40분


축구대표팀 골키퍼 정성룡, 김승규, 이범영(왼쪽부터). 동아일보DB
축구대표팀 골키퍼 정성룡, 김승규, 이범영(왼쪽부터). 동아일보DB
■ 페널티킥에서 골키퍼의 예측능력

PK 상황, 키커가 골키퍼보다 절대적 유리
키커의 동작과 시선에서 골 방향 예측해야
예측 정확성 향상 위해선 주의집중력 중요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의 기적 같은 4강 진출을 기억해보자. 대표팀은 8강전에서 만난 영국과 연장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마지막 키커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골망을 흔드는 접전이 이어졌다.

승부는 양 팀의 마지막 키커에 의해 갈렸다. 한국 골키퍼 이범영은 영국의 5번째 키커 다니엘 스터리지의 왼발 슛을 극적으로 막아냈고, 기성용이 마지막 킥을 성공시킨 덕에 마침내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골키퍼 이운재가 스페인의 4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킥을 멋지게 막아내고, 우리 팀 5번째 키커 홍명보의 페널티킥 성공으로 4강 진출을 이뤄냈던 상황과 굉장히 유사하다. 한국축구 역사에서 이 두 경기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두 골키퍼의 멋진 선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이처럼 페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의 정확한 판단과 방어능력은 승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페널티킥에선 키커가 골키퍼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키커가 찬 공이 골대 안에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이 골키퍼의 반응시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골키퍼들이 멋진 선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골키퍼의 예측능력이다. 페널티킥 상황에서의 예측능력은 골 방어에 있어서 필수적이며, 이러한 능력은 골키퍼가 키커의 동작을 주시하며 방향예측을 위한 시각적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발휘된다. 또 이 같은 예측능력은 골키퍼가 키커의 ‘어느 부위’에 주의를 기울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주시하느냐에 달려있다(김선진과 이승민, 2005).

관련 연구 중 엘리트 축구 골키퍼와 초보 골키퍼가 페널티킥 상황에서 과연 키커의 어느 부위를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인지, 즉 골키퍼의 방어를 위한 시각탐색의 과정을 살펴봤다.(김선진 등, 2005). 그 결과 엘리트 축구 골키퍼의 경우 주로 키커의 어깨, 킥하는 다리, 지지하는 다리, 공과 지지하는 다리 사이의 공간을 바라본 반면, 초보 골키퍼의 경우에는 언급한 공간 외의 다른 부분에 시선을 빼앗기며 예측을 위한 시각적 단서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처럼 정확한 페널티킥 방향예측을 위해 필요한 단서 이외의 부적절한 단서(키킹다리, 공 등)에 주의를 빼앗긴다면 예측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페널티킥에서 예측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골키퍼의 주의집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페널티킥과 같은 중요한 순간 방어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골키퍼가 긴장하고 당황하면 자신이 집중해야 할 단서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페널티킥 방어의 집중을 위한 행동과 생각(이미지·혼잣말 등)을 루틴(일관적인 행동과 생각)으로 만들어, 이를 실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 골키퍼들의 선방을 기원해본다.

▲참고문헌
김선진, 이승민(2005). 페널티 킥 방어 성공을 위한 엘리트 축구 골키퍼의 시선행동 분석. 체육과학연구, 16(4), 117-126.
김선진, 이승민, 박승하(2005). 축구 페널티 킥에서 골키퍼의 숙련도, 예측 및 사전시각단서의 활용능력. 한국체육학회지, 44(1), 91-101.

김영숙 박사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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