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위하여’ 이민기 “이태임과 베드신? 내 연기의 한 부분일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13일 06시 55분


영화 ‘황제를 위하여’의 이민기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성공을 향해 맹목적으로 질주한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영화 ‘황제를 위하여’의 이민기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성공을 향해 맹목적으로 질주한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영화 ‘황제를 위하여’의 두 남자 박성웅 & 이민기

두 남자가 있다. 이미 세상을 알아버린 남자 그리고 세상이 궁금해 그 끝이 보고 싶은 남자. 12일 개봉한 영화 ‘황제를 위하여’(감독 박상준) 속 박성웅과 이민기의 모습이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바닷바람처럼 거친 남자들의 세상을 그렸다. 박성웅과 이민기는 “영화는 남자들의 실체 없는 욕망을 닮았다”고 했다. 그 욕망을 함께 그려낸 두 배우는 나이를 넘어 끈끈한 신뢰를 쌓았다. 박성웅은 이민기를 두고 “그 앞에선 무장해제된다”고 했다. 벽 없이 서로를 의지하는 두 남자를 만났다.

● 유망주서 밑바닥 빠진 이환 역 이민기

“남자라면 누구나 있는 욕망…다 보여줬다”


요즘 이민기(29)에게는 책 읽을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줄곧 한적한 도시 전주에 머물고 있는 데다 서울을 오갈 땐 기차를 이용하는 덕분에 독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가 한창 빠져있는 책은 ‘글쓰기 책’. 제목이 이렇다.

“서점에 갔다 재미있을 것 같아 샀는데 마음에 와 닿는 문구가 많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굉장한 다독가이다. 한 작가에 ‘꽂히면’ 그의 모든 작품을 빠짐없이 읽어내는 게 그의 독서 습관. 책과 맺은 인연은 패션모델 일을 끝내고 연기를 시작하던 7∼8년 전부터 시작됐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 정말 연기를 잘 하고 싶었다. 그때 만난 작가 선생님들이 책 많이 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무작정 읽었다. 글자만 보더라도 많이 읽었다. 습관이 중요했으니까. 읽은 책이 너무 많아 제목을 노트에 적어두지 않으면 잊을 정도였다.”

이민기는 “책을 좋아해 동경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질투의 감정과 비슷한 샘이 생겼다”고 했다. ‘나도 근사한 소설 한 편 써보고 싶다’는 욕심도 갖게 됐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간 이루고픈 꿈이다.

물론 지금 착실히 이루어가는 연기의 꿈도 놓칠 수 없다. 부쩍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새 영화 ‘황제를 위하여’에서는 욕망에 휘말려 질주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또 한번 색다른 인물을 그려냈다. 야구 유망주였지만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 끝내 불법조직으로 들어선 인물이다. 흔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이민기가 이 영화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누아르 장르는 30∼40대 배우의 몫이었다. 20대인 내가 할 수 있다면 앞뒤 잴 필요 없었다. 욕망은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그걸 직선으로 쭉 펼치려 했다. 솔직하고 내숭 없는, 그래서 직설적인 영화다.”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민기는 “산다는 게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읽는 책에서 본 글인데 만약 영원한 게 있다면 그건 허망한 것이라 하더라. 영원할 줄 알고 달리는 것, 그게 욕망 아닐까.”
영화 ‘황제를 위하여’ 속 이민기(왼쪽).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영화 ‘황제를 위하여’ 속 이민기(왼쪽).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황제를 위하여’에서 이민기는 뜻밖의 연기도 펼친다. 상대역 이태임과의 베드신이다. 배우에게 예민할 수도 있지만 그는 “내 연기의 한 부분”이라며 “실제 현장에서 다른 여러 시도를 했는데 편집할 때 많이 잘려나간 것 같다”며 웃었다.

몇 년 전까지 이민기의 취미는 친구 그리고 술이었다. “마치 영화 ‘아저씨’의 대사처럼 ‘오늘만 산다’ 하는 느낌으로 살던 때였다”고 그는 돌이켰다. 경험이 쌓이고 출연편수를 늘리면서 자연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는 “본질적으로 겉도는 느낌 같다”고 했다.

“출연작을 결정하고 그에 필요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연기를 준비하는 일이 이젠 더 재미있다. 내게 정말 행복한 일은 연기이다.”

이민기는 지금 전주에서 영화 ‘내 심장을 쏴라’를 촬영하고 있다. 이 작품의 원작인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쓴 정유정 작가의 팬이기도 한 그는 “그래서 더 설렌다”고 했다. 정신병동이 무대인 영화에서 그는 세상의 공격에 좌절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청춘의 단면을 그린다.

연기하면 감정이 풍부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민기는 굳이 묻지도 않은 말도 꺼냈다.

“연애를 해야겠다. 이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건 연애뿐이다. 하하! 그래서 내 관심사는 연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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