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학생이라면 책 한권 써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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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저자’ 책쓰기 동아리 활동… 300여명이 함께 쓴 34권 출간
6년째 초중고생 4만5000명 참여… 독서교육 활성화 전국 모델로

대구시교육청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대구 초중고교 학생 저자들. 대구 학생들은 책 쓰기 동아리를 통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112권을 출판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시교육청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대구 초중고교 학생 저자들. 대구 학생들은 책 쓰기 동아리를 통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112권을 출판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꿈을 키우는 과정을 책으로 펴내 기뻐요.”(달성중 1년 김민석)

“엄마의 삶을 담은 책 속에서 나 자신을 보았습니다.”(대구북중 3년 한혜진)

“나를 돌아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대구자연과학고 3년 박은주)

‘대구 학생 저자’ 300여 명이 함께 쓴 단행본 34권이 출간됐다. 학생 저자들은 11일 부모와 지도교사가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출판기념회를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대구 초중고교 학생들의 책 쓰기 동아리 활동이 ‘대구 교육 브랜드’로 뿌리 내리고 있다. 2009년 시작한 학생 책 쓰기를 통해 정식 출판된 책은 모두 112권이다. 대구지역 초중고교에 있는 500여 개 책 쓰기 동아리에서 내용을 정리해 시교육청에 내면 심사를 거쳐 출판 여부를 결정한다. 출판 합격점을 받은 원고는 300만 원 안팎을 지원해 책으로 펴낸다.

올해의 경우 초등학생 10권을 비롯해 중학생 9권, 고교생 15권이 선정됐다. 내용은 △휴대폰아, 안녕(두산초) △장미, 이쁘고 밉다(화남초) △글꽃, 피다(화원초) △선생님과 함께하는 대구읍성 답사(수창초) △가지 못한 길(대구북중) △수다수다(서변중) △책과 함께 걷는 길(서부고) △꿈, 너를 알고 싶다(경북고) △두드림(포산고) △우리학교 토론이야기(칠성고) △말 많은 남자들의 이야기(대구고) 등이다. 대구북중 학생들이 쓴 ‘가지 못한 길’은 부모님이 살아온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담은 독특한 책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독서담당 장학사는 “매년 수준이 높아지고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대구의 대표적 교육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6년째 이어 오는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구 초중고교생은 4만5000여 명으로 대구지역 전체 학생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출판되는 책의 공동저자는 평균 10여 명이므로 ‘저자’로 이름을 올린 학생은 1200여 명이다. 대형 서점에는 이들이 펴낸 책을 별도 코너에 전시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2005년 모든 초중고교생이 아침 수업 시작 전에 10분 동안 책을 읽는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시작했다. 이 교육이 책 쓰기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책 쓰기 동아리 활동을 통해 2010년 10권, 2011년 19권, 지난해 21권을 펴냈다. 지난해 7월 학생 저자들은 교육부를 방문해 장관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대구시교육청의 책 쓰기 교육 프로그램을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올해부터 전국적인 확산에 나선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말 대구에서 전국 규모의 학생 책 쓰기 축제를 열 계획이다. 교수 시절 10여 권의 책을 펴낸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책 쓰기는 매우 어렵지만 출간 후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대구에서 시작된 학생 책 쓰기가 전국으로 확대돼 행복한 학교교육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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