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2인자의 굴욕… 티파티 무명 후보에 경선 패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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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하원의장 유력 캔터 의원… 예비경선 승리 과신해 유세 소홀
“美 현대정치사 가장 충격적 사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공화당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공화당 2인자인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51)가 10일 실시된 버지니아 주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강경 보수세력 티파티가 지지하는 정치 초년생 데이비드 브랫 랜돌프 메이컨대 교수(경제학)에게 참패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돼온 정치 거물이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에게 무너지자 미 정치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현대 정치사상 가장 충격적인 패배로 여겨지면서 ‘정치적 지진(Political Earthquake)’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티파티는 2010년 창설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던 7선의 캔터 원내대표는 이날 경선에서 도전자인 브랫 후보에게 55.5% 대 44.5%로 패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티파티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원내대표에 오른 캔터가 이번 경선에서 무명의 티파티 후보에게 참패하는 대이변이 벌어진 것은 그가 공화당 지도부로 활동하면서 보수 성향이 크게 퇴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티파티 세력은 보수의 중심축 역할을 기대했던 캔터 원내대표가 민주당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자 변절자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티파티가 강력히 반대한 이민개혁법안에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은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지적된다. 브랫 후보는 이 틈을 파고들어 “캔터가 ‘불법 이민자 사면의 최고 치어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초 이번 경선은 캔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캔터가 워낙 정치 거물인 데다 자금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캔터는 이번 경선을 위해 540만 달러를 모금한 반면 브랫 후보는 고작 20만 달러를 모았을 뿐이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캔터가 경선 승리를 과신해 유세에 관심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는 지역구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유세를 펼치기보다 워싱턴에 머물며 TV 선거 광고에 주력해 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중간선거#공화당#예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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