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e북 경쟁… 승부의 열쇠는 단말기보다 콘텐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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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기자 e북 단말기 4종 체험기

10일간 4종의 e북 전용 단말기와 스마트폰, 태블릿PC로 꾸준히 독서를 했다. 개인적인 결론은 ‘종이책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비교 체험하는 동안 종이책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웠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0일간 4종의 e북 전용 단말기와 스마트폰, 태블릿PC로 꾸준히 독서를 했다. 개인적인 결론은 ‘종이책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비교 체험하는 동안 종이책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웠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1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20GB 램, HD-IPS 터치 디스플레이 탑재! 운영체제는….”

머리가 아파온다. ‘전자책(e북) 단말기 하나 살까’ 하는 생각으로 시중에 나온 제품을 봤는데 말이다. 관련 기사를 찾아봐도 e북 단말기의 기계적 성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종이책처럼 내용이 잘 들어오는지’, ‘눈은 나빠지지 않는지’, ‘아이 교육용으로 적합한지’ 등이 더 궁금하다. 이에 기자는 2∼11일 사이 최근 출시된 e북 전용 단말기 4종으로 틈틈이 독서를 해봤다. 기기별로 90∼150분가량 책을 봤다. 종이책과의 차이, 태블릿PC, 스마트폰 속 e북 애플리케이션과도 비교했다.

○ 손맛은?

e북은 어떤 물성(物性)을 가지고 있을까? 그립(grip)감은 ‘크레마 샤인’(이하 샤인)이 우수했다. 표면 재질이 부드러우면서 모서리가 곡선으로 돼 한 손으로 들고 보기 편했다. 샘은 손에 착 감기는 맛이 부족했다. 크레마원, 비스킷탭은 40분 이상 한 손으로 들고 읽기가 버거웠다. 너무 가볍거나(갤럭시노트2·180g), 무거워도(아이패드·652g)도 ‘책을 읽는다’는 감성에는 방해가 됐다.

e북 단말기는 화면을 터치해 책장을 넘긴다. 페이지를 탭(tab)하면서 한 번에 50∼100페이지를 쭉 읽었다. 터치감이나 반응 속도는 e북 단말기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액정 패널에 잉크를 뿜어 글자가 나오게 하는 ‘e잉크’ 방식의 단말기(샘, 샤인)는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 로딩 시간이 간혹 10초 이상 걸려 답답했다. 화면을 터치해도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태블릿PC 기반의 단말기(크레마원, 비스킷탭)는 비교적 반응 속도가 빨랐다. 크레마원은 기기의 뒷면을 터치해도 페이지가 넘어가 편리했다.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 가장 섬세한 것은 e북 전용 단말기가 아닌 ‘갤럭시노트2’, ‘아이패드’였다.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유혹을 견딜 수 있다면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로 책을 봐도 충분했다.

○ 눈맛, 몰입감은?

화면 크기는 6, 7인치로 기기마다 달랐다. 가장 종이책처럼 읽히는 크기는 7인치(크레마원, 비스킷탭). 갤럭시노트2(5.5인치)나 샘, 샤인(6인치)은 다소 답답했다.

e잉크 방식(샘, 샤인)은 흑백이라 1시간가량 읽어도 눈이 편했다. 1시간 반 이상은 지나야 눈이 피로했다. 다만 화면이 자주 껌벅거려 거슬렸다. 잉크가 뿌려진 후 액정 패널에 잔상이 남는다. 이를 지워주기 위해 깜빡거리는 것. 샘의 경우 화면보호 강화유리를 넣은 탓에 간혹 빛 반사가 일어났다. 액정표시장치(LCD)로 된 크레마원, 비스킷탭은 컬러인 탓에 50분 정도만 읽어도 눈에 피로감이 나타났다.

몰입감을 얻는 데는 샘, 샤인이 우수했다. 화면 자체가 종이와 유사해 10분 정도만 읽어도 자연스레 집중이 됐다. 비스킷탭, 크레마원은 책에 몰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독서 시작 후 20분가량은 알싸한 잉크 냄새, 사근사근한 손맛이 그리웠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PC 모니터로 글자를 본다는 느낌이다.

종합해 보면 장시간 독서를 하거나 종이책과 유사한 느낌을 원하는 독자는 샘과 샤인이 좋을 것이다. 게임이 안 되는 자녀 학습용 태블릿PC를 원한다면 크레마원, 비스킷탭이 적합하다.

○ 대형서점들 “우리 단말기는?”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서점들은 자사 e북 단말기에 대한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e북 시장 매출이 2011년 450억 원, 2012년 800억 원, 2013년 1200억 원으로 급성장 중인 데다 올해 안에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 아마존은 e북 전용 단말기 ‘킨들’로 미국 출판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e북 시장의 승패는 단말기 자체의 우수성보다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했는가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상현 전자출판팀장은 “킨들이 성공한 이유도 총 80만 종의 e북 콘텐츠를 무료로 공급했기 때문”이라며 “콘텐츠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단말기#e북#태블릿PC#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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