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군부대 소화장치 4000개 부실 시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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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짜리 사들여 10배 뻥튀기… 향군 명의 빌려 납품 80억 챙겨
무자격자가 설치… 정상작동 불투명, 50대 업주 영장… 軍유착 여부 조사

군함과 군부대의 기계실 분전반 등에 화재가 발생했을 시 초기에 자동 진화하도록 설치된 소화 장치 4000여 개가 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화 장치 납품업자는 가격을 10배나 부풀려 80여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8∼2013년 19회에 걸쳐 대당 20만 원짜리 소(小)공간용 자동 소화 장치를 대당 200만 원으로 부풀려 군부대에 총 4228대(98억 원어치)를 납품한 혐의(사기 등)로 S사 대표 김모 씨(55)에 대한 구속영장을 9일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소방 설비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일용직 근로자에게 소화 장치를 설치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문 기술이 없는 사람이 소화 장치 내 화재 감지기 역할을 하는 튜브를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위치에 정확히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도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로부터 소화 장치를 구매한 곳은 해군 제2함대사령부와 육군 재정관리단, 공군 등이며 소화 장치는 육해공군 각 함정과 부대의 변전실 등 173곳에 설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실 시공 탓에 함정 등에서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가 안 돼 대형 참사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화기를 직접 생산하지도 않았으면서 소화기 생산업체 M사에서 소화 장치를 구매한 뒤 재향군인회의 명의를 빌려 군부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향군인회에는 납품액의 3∼5%를 성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경쟁 입찰 시에는 M사와 S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대당 5만∼10만 원을 더 써내게 하고 계약을 따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예비역 대령이 속한 회사 등에 컨설팅 비용으로 18억 원을 지급했다”며 “군 관계자 등을 상대로 납품경위와 유착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군함#소화기#군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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