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오바마가 ‘조선 옥새’ 돌려준 건 ‘글로벌 문화 비즈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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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식민지배 당했던 국민들은… 애국주의 강하고 외부비판 민감
부강해지면 ‘자기증명 욕구’ 커져… 美, 적시에 문화재 반환 전략
갈수록 커지는 東洋시장 환심 사… 한국기업 해외진출때 본받아야

《 4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조선시대 옥새를 들고 왔다. 대부분의 한국 국민은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국주의 경험을 가진 많은 선진국 사람들은 사실 피식민지배의 역사를 지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화재 반환에 대한 열망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제국주의 경험이 있는 국가, 즉 ‘탈제국주의(post-imperial)’ 국가 국민들은 자국의 문화재가 해외에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보통 강자의 입장에서 자국의 위상을 널리 전파하려고 값진 문화재를 의도적으로 해외에 반출했거나 식민지 등 약소국에 외교적 선물로 ‘하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빼앗긴’ 경험을 가진 ‘탈식민지(post-colonial)’ 국가 사람들은 문화재 반환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분노한다. 》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며 들고 온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 문화재청 제공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며 들고 온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 문화재청 제공
1800년대부터 지난 세기 초까지 제국주의 정책과 피식민지배라는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세계인들은 그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를 올바로 이해해야 최근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한 옛 식민지 국가 소비자들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

○ 탈식민 국가 사람들의 자기 증명 욕구

2008년 4월, 그리스에서 채화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프랑스 파리에서 봉송되던 중에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프랑스인 시위대가 이를 가로막으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중국 정부 당국의 대화를 촉구했다. 중국인들은 자국에 진출해 있던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인 카르푸 앞으로 몰려들어 “프랑스를 타도하자”며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였다. 카르푸는 즉각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이처럼 자국이 식민지가 됐던 역사적 경험을 가진 국가의 사람들은 애국주의 성향이 강하고 외부 비판에 민감하다. 중국인들도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치욕의 역사’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으면서 중국이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항상 피해자의 입장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중국인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조용히 눈감아주면 예전의 치욕적인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믿는다.

또 탈식민지 사회 국민들은 피식민지배 시절의 아픔을 설욕이라도 하듯 산업과 경제발전, 군사력 강화에 사활을 거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이만큼 발전했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욕구도 아주 강하다. 중국, 중동 지역 여러 곳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이유다. 애국주의에 ‘자기 증명 욕구’가 더해진 셈이다.

○ 탈식민 국가 소비자와 비즈니스 전략

탈식민 국가 국민들은 제국주의 경험을 가진 서구인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미적 감각을 갖고 있다. 소비 패턴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은 물론이고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의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할 때와는 다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탈식민 국가 시장으로 들어가는 상품은 세련미, 선진성, 첨단성, 유행 등을 강조하는 게 좋다. 현지 고객이나 거래처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내가 소비와 대중문화의 선두주자임을 보여줄 수 있는 세련된 복장, 말투 등으로 무장하는 게 유리하다. 탈제국주의 국가 고객들을 상대할 때 역사성, 스토리, 개성 등을 강조해야 하는 것과 대비된다.

사실 한국은 다른 탈식민 국가들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탈식민지 국민들 눈에 한국은 탈식민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현대적’인 건물을 가장 많이 세운 매력적인 나라다. 실제 한국으로 건너온 탈식민지 출신들은 대부분 드라마에 비친 한국의 고층빌딩과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행렬에 반해서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탈식민 국가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우월감’으로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든다면 반발이 생길 수 있다. 현지의 전통, 문화, 언어적 특성, 생활 태도, 철학, 문학적 전통 등을 면밀하게 연구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을 대하고 소통해야 한다.

조승연 문화전략가 scho@gurupartners.kr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오바마#조선 옥새#탈식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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