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CEO 잔혹사’ 금융당국 책임론 거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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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무더기 징계 반복… 내부위기로 이어지며 사고 악순환
낙하산-뒷북대응이 문제 키워… 전문가들 “관치금융부터 풀어야”
김종준 하나은행장 추가제재 전망

현직 금융사 수장(首長)들이 무더기로 당국의 징계 대상에 오르면서 전체 은행권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은행, 카드를 포함한 금융사 CEO들이 대거 당국의 일괄 제재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조직을 이끌어야 할 경영진의 리더십이 크게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징계를 받은 CEO들은 진퇴를 떠나 리더십에 상처를 입기 때문에 해당 금융사의 영업력은 평소보다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조직을 이끌 충분한 도덕성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허약한 경영진이 수익성 악화로 갈 길이 바쁜 한국 금융계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CEO 리스크’ 한국금융 아킬레스건으로

국내 시중은행장과 지주사 회장들은 최근 10여 년간 당국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징계를 받아왔다. 외환위기 직후 각종 인수합병(M&A)으로 업계가 한 차례 재편된 뒤에도 금융사의 불안한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에 크게 흔들렸던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제대로 임기를 마친 CEO를 손에 꼽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각각 내분 사태와 부실 투자 논란에 휘말리며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수장들의 징계는 고스란히 해당 금융사의 피해로 돌아왔다. KB금융의 잦은 금융사고 역시 ‘리더십의 위기가 내부통제의 위기로 전이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민·주택은행 출신 간의 갈등과 회장 및 행장, 이사진의 불협화음으로 전열이 흐트러지면서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인수합병(M&A)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도약의 기회를 놓쳐왔다.

하나금융도 수장의 징계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김종준 행장의 징계로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앞으로 인허가나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 행장은 KT ENS 관련 부실대출로 또 한 차례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금융감독 허술한 시스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징계 사유가 된 잇따른 금융사고와 비리들은 내부통제에 실패한 금융회사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의 허술한 감시 시스템과 솜방망이 처벌에도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금융권 사고나 비리가 터질 때마다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해당 금융사의 경영진을 소집해 ‘군기 잡기’를 반복했지만 이를 근절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탕’ 대책이나 사후약방문식의 뒷북 대응을 내놓는 경우도 많았다는 평가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만들어낸 관치금융 관행이 금융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도 많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관치금융이 사태의 원인인데도 감독당국은 금융사 잘못만 따지고 사전에 감독을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며 “금융당국도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금융감독위#ceo 리스크#한국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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