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World Cup]도전… 좌절… 환희… 태극전사와 함께한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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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도전사 10장면

9번째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은 파란만장한 월드컵 역사를 써왔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60년에 걸친 한국 월드컵 도전사의 주요 장면을 꼽아 본다.


[1] 1954년=첫 출전의 수모


한국의 월드컵 첫 출전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였다. 당시 한국 선수단은 군용기 등을 타고 60시간이 넘는 장거리 여행을 한 뒤 천신만고 끝에 경기 시작 10시간 전에야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다.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헝가리와 첫 경기를 치렀다. 마자르족의 후예임을 들어 ‘매직 마자르’로 불리던 헝가리는 ‘달리는 소령’이라는 별명을 지녔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페렌츠 푸스카스가 전반 12분 첫 골을 뽑은 것을 시작으로 한국을 9-0으로 격파했다. 이는 월드컵 본선 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다. 이어 한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 터키에 0-7로 패하는 수모를 안았다. 한국은 2패로 탈락했다. 서독이 ‘베른의 기적’으로 불리는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3-2로 이겼다.


[2] 1986년=32년 만의 본선 출전과 첫 골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 나섰다. 김정남 감독이 이끈 한국은 ‘축구 신동’ 마라도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와 첫 경기에서 맞붙었다. ‘진돗개’ 허정무가 마라도나를 밀착 마크했으나 아르헨티나는 경기 시작 6분 만에 마라도나의 프리킥에 이어 발다노가 첫 골을 성공시키는 등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워 일찌감치 3-0으로 앞서 나갔다. 한국은 후반 28분 박창선이 중거리 슛을 넣으며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첫 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김종부의 골로 불가리아와 1-1로 비긴 뒤 이탈리아에 2-3으로 패해 1무 2패를 기록했다. 최순호는 이탈리아전에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르헨티나가 서독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3] 1990년=시속 114km 대포알 슛의 추억


이회택 감독이 이끈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유럽과 남미의 강호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와 E조에서 맞붙었다. 첫 경기에서 벨기에에 0-2로 패한 한국은 스페인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1-3으로 패한 뒤 우루과이에도 0-1로 져 전패를 기록했다. 승점 1점도 올리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스페인전에서 황보관이 전반 43분 성공시킨 시속 114km의 빨랫줄 같은 슛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기록한 유일한 골이었으나 ‘대회 베스트 5골’에 선정됐다. 서독이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4] 1994년=홍명보와 서정원의 추격골

김호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다 관중 대회로 남아있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 나섰다. 미국은 축구 불모지였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라틴계 및 아시아계 관중을 끌어 모아 대성공을 거두었다. 총 358만7538명의 관중이 들어 경기 평균 6만8991명을 기록했다. 한국은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0-2로 끌려가다 홍명보와 서정원의 추격골로 2-2로 비겼다.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긴 한국은 3차전에서 독일에 0-3으로 끌려 가다 황선홍 홍명보의 골로 2-3까지 추격했다. 홍명보는 이 대회에서 2골을 기록했다. 브라질이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승부차기 끝에 3-2로 물리쳤다.


[5] 1998년=최초의 퇴장과 대회 중 감독 경질


프랑스의 ‘아트 사커’를 이끈 지네딘 지단이 맹활약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나 골을 넣은 하석주는 곧바로 반칙으로 퇴장당하며 한국의 월드컵 퇴장 선수 1호로 남게 됐다. 1-3으로 멕시코에 패한 한국은 2차전 상대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했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는 팀을 이끌던 차범근 감독을 대회 도중 해임했다. 김평석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한국은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유상철의 골로 1-1로 비겼다. 프랑스가 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은 지단의 활약 속에 브라질을 3-0으로 격파하고 우승했다.


[6] 2002년=4강의 영광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 한일 월드컵은 한국인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영광을 남겼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잘 짜인 압박 전술을 통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를 잇달아 격파하고 4강까지 진출했다. 무명의 박지성이 깜짝 스타로 등장한 것도 이 대회였다.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안정환 설기현 김남일 송종국 이영표 등 숱한 스타들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대회를 마치고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을 따라 유럽 무대로 옮기며 한국 선수들의 유럽행이 본격화했다. 브라질이 독일을 2-0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7] 2002년=100만 길거리 응원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동시에 100만 명 이상이 길거리 응원을 펼치는 등 온 국민이 열광했다. 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가 외친 구호 ‘대∼한 민국’과 ‘꿈★은 이루어진다’는 카드섹션 문구는 한국인들의 뇌리에 자부심과 자신감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누구나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서 하나 된 마음으로 응원했다.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과 대형 전광판 앞은 국민의 응원 물결로 넘쳤다. 이후 붉은 옷은 한국 응원의 상징이 됐다. 또 집단 구호와 대형 태극기 카드섹션 등으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조직적인 운영도 다른 국가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8] 2006년=핏
빛 투혼과 오프사이드 논쟁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끈 한국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토고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천수 안정환의 골로 2-1 역전승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2차전 상대는 지단이 이끄는 거함 프랑스였다. 한국은 절대 열세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의 동점골로 프랑스와 1-1로 비기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만난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의 최진철은 센데로스의 헤딩을 막다 얼굴에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며 경기했다. 스위스의 두 번째 골은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올렸으나 주심이 경기를 계속 진행시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이탈리아의 마테라치가 결승전에서 지단에게 욕설을 하며 ‘박치기 사건’을 유발시켰다. 이탈리아가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겼다.


[9] 2010년=사상 첫 원정 16강


허정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도전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의 업적을 이루었다. 첫 경기에서 유럽의 강호로 꼽히던 그리스를 2-0으로 이긴 한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는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했다.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며 1승 1무 1패로 아르헨티나에 이어 B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16강에서 우루과이와 맞붙어 이청용이 한 골을 넣었으나 ‘악동’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2골을 내주며 1-2로 졌다.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1-0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10] 2014년=원정 8강에 도전


조광래, 최강희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명보 감독은 한국 월드컵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원정 8강에 도전한다. 박지성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상황에서 논란 끝에 스트라이커 박주영이 대표팀에 가세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가세했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맞붙을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이라는 미드필더 진영을 활용해 압박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월드컵 기록 살펴보니

본선서 총 28골 넣고 61실점, 랭킹26위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역대 월드컵 통산 랭킹 26위에 올라 있다. 그동안 본선에서 총 5승 8무 15패를 기록했다. 28골을 넣고 61실점했다. 역대 월드컵 통산 랭킹 1위는 67승 15무 15패를 기록한 브라질이다. 210골을 넣고 88실점했다. 2위는 독일(60승 19무 20패), 3위는 이탈리아(44승 21무 15패)다.

한국은 2002년 폴란드전에서 2-0으로 이긴 후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 2-1 승,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3회 연속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했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전 허정무의 골을 포함해 7개 대회 연속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넣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 도중 세트피스 훈련에 집중했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년까지 4개 대회 16경기에 출전해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 출전 기록도 갖고 있다.

한국팀의 한 대회 최다 득점기록은 2002년 세운 8골이다. 한국은 당시 7경기에서 8골을 넣었다. 폴란드전에서 2골, 미국전에서 1골, 포르투갈전에서 1골, 이탈리아전에서 2골, 터키전에서 2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만 21세 4개월이었던 2002년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어 한국 대표팀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다. 박지성은 또한 2002, 2006, 2010년 대회에서 골을 넣어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득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은 처음 출전한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졌다. 한 대회에서 16실점했다. 이는 한 대회 역대 최다 실점 기록으로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승부차기 제외)을 성공시킨 적이 없다. 기회는 두 번 있었다. 그러나 2002년 미국전에서 이을용이,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3, 4위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경기 시작 11초 만에 하칸 쉬퀴르에게 실점했다. 이는 역대 최단시간 실점 기록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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