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첫 재판… 법정서 대면한 유족과 선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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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절규했지만… 선원들은 무덤덤했다
“자식이 죽어갔어도 그랬겠나”… “살인자!” 고함지르다 흐느껴
“구조된 것뿐” 살인 혐의 부인… 4시간 내내 얼굴 표정 안변해

살인, 유기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10일 법의 심판대에 섰다. 승객들을 방치한 채 탈출해 국민의 공분을 샀던 선원들에 대한 첫 재판이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피고인 15명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가 난 지 56일, 선원들이 구속 기소된 지 26일 만이다.

“자식들이 있다면, 정말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인지 묻고 싶어요. 당신들 자식이 죽었다 생각하시고 진실을 말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김병권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장은 피해자를 대표해 증인석에서 모두(冒頭)진술을 한 뒤 피고인들을 향해 ‘그날의 진실’을 말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방청석에선 피해자 가족들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피해자 가족 90여 명은 이날 법정에서 세월호 선원들을 처음으로 대면했다. 일부 가족은 선원들에게 “짐승보다 못한 ×” “살인자”라고 고함을 지르고 재판장에게 얼굴을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가족들은 혐의를 부인한 피고인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너무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피고인들을 보니 희생당한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선장(68) 등 세월호 선원 15명이 고개를 숙인 채 눈치를 보며 법정에 들어왔다. 유족들이 ‘살인마’, ‘자식들이 죽었다’고 고성을 지르자 순간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14번째로 들어오던 피고인 이모 씨(56·조기수)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자 흥분한 유가족이 다시 고성을 질러 재판이 중단됐다. 임정엽 재판장(44)이 이 씨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며 소동은 마무리됐다.

이 선장은 국선변호인의 변론이 시작되자 고개를 푹 숙이고 변호사 뒤로 숨었다. 변론 과정에서 대부분 선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멍하게 정면을 응시했다. 자신들의 공소 사실이나 변론이 진행되면 눈을 감고 뭔가 생각하기도 했다. 조기장 전모 씨(61)만이 재판 도중 유일하게 방청석을 5초간 쳐다봤다. 선원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으나 변호인들의 변론은 모두 죄가 없다는 주장 일색이었다. 이 선장의 변호인은 “해경에 의해 구조된 것뿐이며 희생자들에게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죽어도 좋다. 혼자 탈출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가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나에게 무슨 일인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소개하자 유가족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 선장 등 선원 14명은 얼굴 표정이 변하지 않았고 3등 기관사 이모 씨(25·여)만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세월호 선원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d@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세월호 재판#세월호 유족#세월호 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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