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없는 세상 만들기… 지구촌 144개국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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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서 ‘분쟁지역 성폭력 근절 회의’… 졸리-케리 美국무 등 900명 참석
韓, 일본군 위안부 문제 공론화
阿 내전지역 여성 인권침해 심각… 세계 여성 年 1억5000만명 피해

‘행동해야 할 때(Time to Act)다.’

144개국 장관급 인사와 900여 명의 전문가들이 10일 영국 런던에 모여 ‘분쟁지역 성폭력 근절’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성폭력 근절 국제회의는 분쟁지역 성폭력 종식을 논의하고 국제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번 회의에는 할리우드 톱스타인 앤젤리나 졸리,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 등 쟁쟁한 인사 900여 명이 참여했다. 졸리와 헤이그 장관은 이날 공동 의장 겸 개막 연사로 나섰다.

특히 졸리는 자신이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목격한 전쟁지역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며 “수치심은 전쟁 성범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가져야 한다”고 외쳤다. 졸리는 최근 2년간 여성 성폭행 근절을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여왔다.

헤이그 장관은 이날 “분쟁 지역의 조직적인 성폭력은 현대사회의 심각한 대규모 범죄”라며 “근절 노력에 국제사회의 역량이 결집되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각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폐막회의에서 영상 메시지를 발표한다. 한국은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나서 1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고 전쟁 성폭력 방지를 위한 한국 정부의 기여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국제회의까지 열려 성폭력 근절을 촉구한 것은 성폭력 양상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잔인한 사건들이 세계 각지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지구촌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4월 나이지리아에서 여학생 300여 명이 집단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거나 팔려갈 위험에 빠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우리 딸을 돌려 달라’는 세계적 캠페인으로 번지면서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인권 문제를 부각시켰다.

여성 성폭행은 내전과 분쟁이 벌어지는 곳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991∼2002년 시에라리온 내전에선 6만 명이,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에선 5만 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종교 및 문화적 이유로 여성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에서도 여성 인권은 심각한 상황이다. 8일 대통령 취임 행사가 열린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집단 성폭행 등 27건의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인도에서도 22세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황산으로 시신을 훼손하는 등 성폭행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최근 잇따라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2억2000만 명이 성폭력 피해에 시달리며 이 중 1억5000만 명이 여성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성인 여성의 7%에 이르는 규모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리즐 게른솔츠 여성인권 이사는 “최근 전례 없이 성폭행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남성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여성 폭력을 규탄하는 것이 앞으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성폭력 근절#앤젤리나 졸리#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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