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싹쓸이 원양어업’이라는 오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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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국제환경보호단체 이름만 나와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 “포경(捕鯨)과 고래 고기 섭취는 일본 문화의 일부”라고 강변했으나 올 4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남극해 고래잡이 중단 판결’을 막지 못했다. 일본의 식습관이 고래 보호라는 명분에 밀린 것이다. ICJ 판결은 호주의 제소를 받아들인 형식이지만 국제환경단체의 끈질긴 노력이 작용했다. 올 2월에도 환경보호단체 ‘시 셰퍼드’의 선박이 남극해에서 일본 포경선을 막고 고래잡이를 방해했다.

▷유럽연합(EU) 대표단이 방한해 오늘까지 사흘 동안 한국의 불법 원양어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한다. EU가 한국의 불법어업을 문제 삼게 된 배경에도 국제환경단체가 있다. 그린피스와 환경정의재단(EJF)이 대표적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EJF는 특히 한국이 불법어업 혐의를 받고 있는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이 크다. 그린피스도 지난해부터 한국의 불법어업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수역 내 어선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한국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그때부터라도 지혜롭게 대처했더라면 사태가 EU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U가 주목하는 서부 아프리카에는 339척의 전체 한국 원양어선 가운데 40여 척이 조업을 하고 있다. 일부 어선의 불법을 막지 못해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면 1000억 원 규모의 EU 수산물 수출이 중단될 판이다.

▷정부는 불법어업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원양산업발전법을 고쳐 불법어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해양수산부는 3월 28일 조업감시센터(FMC)를 설치해 1시간 단위로 원양어선을 추적하고 있다. 선박이 조업지역을 벗어날 경우 곧바로 경보를 발령하고 선장으로부터 해명을 듣는다. 적어도 개정 원양산업발전법이 발효된 올 1월 31일 이후는 불법이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수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싹쓸이가 아니라 바다의 자원을 보호하는 어업이 돼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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