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아닌 외교관출신에 안보 지휘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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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개편/국정원장 이병기]

작년 5월 주일대사 임명 당시 지난해 5월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왼쪽)가 주일대사 임명장을 받은 뒤 박근혜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후보자 부인 심재령 씨. 동아일보DB
작년 5월 주일대사 임명 당시 지난해 5월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왼쪽)가 주일대사 임명장을 받은 뒤 박근혜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후보자 부인 심재령 씨. 동아일보DB
외교관 출신인 이병기 주일대사가 국가정보원장에 오르게 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2기 외교안보팀은 ‘군 출신’이 압도하던 1기와는 다른 색깔을 띨 수 있게 된다. 경색 국면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대북(對北) 관계에도 변화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

외교관이 정보기관 수장이 된 것은 전두환 대통령 때 노신영 전 외무부 장관(12대 안전기획부장)이 발탁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 안보실장과의 ‘파워게임’ 우위에 서나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의 관계다.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한 위기대응 ‘컨트롤 타워’는 국가안보실이지만 의사 결정과 관련한 국정원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특히 대북정보의 대부분은 국정원에 의존하고 있다.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의 역학 관계에 따라 정책의 색채가 달라질 수 있다.

자연스레 김관진 안보실장(65·육사 28기)과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67·외시 8회) 중 누가 외교안보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쥘지에 관심이 쏠린다. 1기 안보팀의 경우 김장수 안보실장(66·육사 27기)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면서 남재준 국정원장(70·육사 25기)보다 힘에서 우위에 섰다.

하지만 2기 안보팀에서는 이병기 후보자 쪽으로 구심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시절 외교안보팀 좌장을 맡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외시 10회)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과정의 댓글사건 의혹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으로 대대적인 개혁 요구에 직면한 국정원에 대한 자체개혁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 후보자는 이날 도쿄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국정원장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국정원은 국가를 보위할 책임이 있다. 또 국민을 보호하고 국체(국가 정체성)를 보전해야 한다는 점을 늘 머릿속에 넣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소신에 대해서는 임명장을 아직 받지 않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 후보자가 1997년 대선 당시 ‘흑금성 북풍 공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상황을 잘 아는 A 씨는 “이병기 안기부 2차장은 해외출장 중이어서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로 밝혀져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 주일대사 후임자 후보군에 관심 증폭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인 상황에서 부임 1년 만에 주일대사를 교체하는 바람에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6월 부임 이후 일본 정부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주요 인사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했다.

9일에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주일 한국 대사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현안을 논의했다. 일본 외무상이 대사관저를 직접 방문해 저녁을 같이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후보자는 일본 우익단체의 혐한(嫌韓) 시위와 관련해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법무상과 담판을 벌이는가 하면 동일본 대지진 복구 현장에 삼계탕을 들고 찾아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후임 주일대사로는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 수석은 외교부 동북아1과장(일본 담당)과 아태국장을 지낸 일본통(通) 중 한명이다. 또 다른 외교관 출신으로는 신봉길 전 대사를 비롯해 김영선, 조희용 대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후보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는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이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청와대#국정원장#이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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