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여론 무시한 사업 재검토하고, 공기업대표 인사편중 경계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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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에게 바란다 <2>김기현 울산시장

정재락·사회부
정재락·사회부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56·새누리당)는 판사,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시장에 취임하면 입법 사법 행정에서 두루 경험을 쌓게 된다.

그의 득표율(65.42%)은 역대 민선 울산시장 가운데 최고다. 하지만 ‘축배’는 다음 달 1일 취임식 하루만으로 족하다. 시장 집무실 책상에는 김 당선자의 결심을 기다리는 난제가 수북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여론을 무시한 사업들의 재검토도 그중 하나다. 울산시립도서관과 농수산물도매시장, 문수축구경기장 유스호스텔, 전시컨벤션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시립도서관 건립 예정지는 울산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올 4월까지 37년간 하루 500t까지 처리해 온 여천위생처리장이다. 이곳에 2017년까지 472억 원을 들여 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것. 접근성이 떨어지고 울산공단 악취 공해도 심하다. ‘분뇨처리장에 짓는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도 거세다. 시는 6·4지방선거를 앞둔 지난달 22일 설계 공모작을 발표하는 등 ‘말뚝박기’를 하고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도 시민과 상인들은 접근성이 좋은 현재의 위치(남구 삼산동)에 리모델링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시는 시립도서관 예정지 바로 옆의 야음근린공원에 2020년까지 1770억 원을 들여 이전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의 도매시장 이전 건축비(428억 원) 신청을 최근 부결시켰기에 재검토 시간은 충분하다. 인접 도시와의 중복투자로 적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울산전시컨벤션센터(사업비 1375억 원, 2019년 완공 예정)도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돼 국비(687억 원) 확보가 어렵게 됐다. 역시 다시 생각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세계 축구계의 보석’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문수축구경기장의 3층 관중석에 152억 원을 들여 유스호스텔을 건립하려는 계획도 마찬가지. 이 사업비 정도면 관중석을 없애지 않고도 땅에 번듯한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공공시설물은 100년 앞을 보고 지어야 한다. 논란 사업은 초기에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하 공기업 대표를 공무원 출신으로만 기용해 온 것도 ‘관피아’ 척결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이 있었던 ‘여성’과 ‘안보정책보좌관’ 대신 지역 특성에 맞게 ‘노동’이나 ‘환경’ 보좌관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전임 시장 12년 동안 인사 불이익을 당한 공무원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시청 1층 휴게실을 식사와 음료를 파는 카페로 개조해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운영권을 주거나, 시청 외벽에 아름다운 시구를 담은 글판을 내걸면 훈훈한 시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에 귀를 열고 소외계층을 챙기는 ‘따뜻한 시장, 김기현’이 시민들이 바라는 ‘울산시장상(像)’이 아닐까.

정재락·사회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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