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경북 교육감, 교육현장엔 보수-진보 틀 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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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은 선거 전보다 선거 후에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당선자 중 13명이 진보성향 교육감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이 때문인지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대구 경북에는 막연하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이번 기회에 보수와 진보의 뜻부터 바르게 인식하고 수요자 중심의 담백한 교육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전국적 구도로 보면 진보 교육감에 둘러싸여 대구 경북 교육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자체가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통용되다시피 하는 보수나 진보 용어는 이념적 측면에서 방향이 아주 다른 데다 진영(陣營)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대립적 세력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를 교육감 등 교육 책임자들이 별 생각 없이 그냥 그런가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반듯한 사람’을 위한 기초 과정인 초중고 교육은 두루 통하는 보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편 가르기 식 보수나 진보 용어는 교육이라는 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보수의 ‘보(保)’는 ‘도와서 기른다’는 뜻이며 진보의 ‘진(進)’은 ‘힘써 나아간다’는 뜻이므로 ‘보’와 ‘진’은 올바른 교육을 위해 두 바퀴처럼 굴러가야 할 매우 교육적인 말이다. 대구 경북 교육감은 이 같은 의미가 지역 교사와 학생, 나아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도록 고민을 해야 하겠다. 말을 바르게 해야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공자가 강조하는 ‘정명(正名)’은 교육현장에서 특히 중요하다. 대립적으로 보이는 가치들을 융합할 수 있는 능력도 교육의 근본 과제인 만큼 교육감부터 실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보’와 ‘진’의 바른 뜻을 대구 경북부터 제대로 살려야 하는 다른 이유는 수요자 중심 교육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교육을 독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 청소년들의 생활은 교육감들의 초중고교 시절과는 아주 다르다.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는 정보량이 엄청나다. 학생과 교사는 교육감이 누구냐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는 단순 기계가 아니다. 학부모의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대통령도 국민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하면 일을 하기 어렵다. 교육 수요자를 주입식 교육의 대상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우 대구시교육감은 재선, 이 경북도교육감은 3선으로 지역 교육계와 학부모의 신뢰가 두텁다. 그동안 차분하게 쌓은 노력을 바탕으로 보수와 진보의 뜻을 바르게 하고 ‘교학상장(敎學相長·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키운다)’의 분위기가 넘치도록 하는 게 대구 경북을 교육의 고장으로 가꾸는 품격 높은 자세이다. 인성과 창의성은 이 같은 토양에서 자연스럽게 돋아날 것이다. 이런 게 진정한 공교육 정상화 아닐까.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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