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로봇수술 해외서도 정평…한국의 ‘메이요 클리닉’이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선한 고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왼쪽)가 직장암 로봇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이 병원 로봇수술센터 의료진은 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김선한 고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왼쪽)가 직장암 로봇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이 병원 로봇수술센터 의료진은 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부정맥을 진료하던 초창기엔 시술을 할 기회가 1년에 2, 3건밖에 없었다. 당시엔 시술실을 2, 3곳 열고, 몇 달 치 시술이 예약돼 있는 꿈을 꿨다. 15년가량 지난 지금, 그 꿈이 거의 다 이뤄졌다. 꿈꾸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 상상하고 꿈꾸자, 그러면 이뤄진다.”

부정맥 분야에서 아시아 최고 명의로 꼽히는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원장이 3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이다. 그는 부정맥의 한 종류인 ‘심방세동’을 치료하기 위한 ‘전극도자절제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 한 뒤 부정맥 센터를 오픈했다.

김 원장은 독창적인 수술법도 개발하면서 아시아태평양 부정맥 치료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APHRS)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취임한 뒤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The BEST 고려대학교병원’이 되는 것과 ‘대한민국의 메이요 클리닉’(미국의 세계적인 병원)으로 꼽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강한 자신감과 믿음을 전 교직원과 공유하면서 추진력 있게 목표를 이뤄 나가고 있다.

글로벌 외과허브 육성


김영훈 원장
김영훈 원장
지난달 초 카자흐스탄에서 온 유리 니파리레예비치 씨(68)가 고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그는 거대간세포암 환자였다. 카자흐스탄과 터키의 병원을 찾았지만 수술이 더이상 어렵고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이스라엘의 병원에서는 간 절제술이 가능하다며 수술실에서 개복을 했지만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상태라며 다시 배를 닫아버렸다.

그는 의사인 아들의 추천으로 마지막 희망을 걸고 고대 안암병원 간이식센터 김동식 교수를 찾아왔다. 중환자실을 몇 번씩 드나들기도 했지만 결국 건강하게 퇴원했다.

지난해 말에는 인도계 미국인 라제슈제할라 씨가 고대 안암병원에서 직장암 로봇수술을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직장암 로봇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뒤 김선한 대장항문외과 교수에게 e메일을 통해 검사기록을 보내며 수술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직장암 로봇수술에 대한 논문, 리뷰, 기사 등을 찾아보고, 외과 의사인 동생에게 자문해 김 교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최고의 수술을 위해 한국에서 수술 받기를 원했고, 결국 건강을 회복했다.

김 원장은 외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외과 허브’를 키우고, 고대 안암병원이 외국에서도 찾는 수준 높은 병원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병원은 2007년 로봇수술센터를 연 가운데, 곧 최신 수술용 로봇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고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 의료진은 최고수준이다. 김선한 교수의 직장암 로봇수술은 다빈치 로봇의 국제적인 표준 매뉴얼로 선정돼 있다. 강석호 비뇨기과 교수는 전(全) 단계 방광암 로봇수술을 아시아에서 처음이자 가장 많이 실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비인후과 정광윤, 유방내분비외과 김훈엽 교수는 머리카락 선 안쪽, 구강내 점막 등을 통한 무흉터 갑상샘 수술을 선도하고 있다.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는 천준 교수는 “이번에 수술용 로봇이 추가로 도입되면서 의료진의 역량도 배가 되고 환자들에겐 더 나은 치료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안암병원은 지난해 국내 외국인 신장이식 건수 1위, 간이식 건수 2위를 기록했다. 장기이식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고위험 환자의 장기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실시해왔기 때문이다.

최신 병원 시설과 진료환경 구축


고대 안암병원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관(첨담의학센터) 증축 및 확장 공사를 추진 중이다. 병원은 신관 증축에 앞서 본관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다. 150여 개 병상을 늘리고, 병상당 면적을 확대해 내원객들에게 여유로운 공간과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확보된 병동 중 일부는 외국인 전용병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규모 주차시설도 설치한다.

고대 안암병원은 환자 안전과 관련된 국제인증인 JCI 인증을 2009년부터 2차까지 획득했고, 내년에 3차 인증을 앞두고 있다. 사실 JCI 인증을 받는다고 환자에게 진료비를 더 받는 것도 아니며, 병원에 직접적인 이득이 되는 것도 없다. 하지만 고대 안암병원은 환자 안전이 최우선인 병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적이고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인증을 추진해왔다.

이외에도 병원은 환자 안전을 위해 환경호르몬 위험에서 자유로운 ‘Non-PVC’ 수액줄뿐 아니라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안전 주사기’ 등 다양한 장치들을 도입하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은 다른 병원들이 규모를 늘리는 데 주력하던 2005년부터 연구중심 체계를 구축하고 인력과 비용을 투자했다. 김 원장은 “환자 안전과 연구중심 모두 결국에는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에게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의료를 선도하기 위해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대학병원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고대 안암병원은 오전 진료시작 시간을 9시에서 8시 반으로 30분 당겼다.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모든 진료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점차 많은 진료과에서 8시 반 진료가 확산되고 있다. 그 덕분에 오전 시간 주차장과 검사실의 병목현상이 해소되는 한편, 출근 전 진료를 받기 원하는 직장인 등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고대 안암병원은 협력병의원으로부터 진료 의뢰만 받는 것이 아니라 병원 내 환자를 지역병의원에 역의뢰할 수 있는 ‘KU-메디컬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했다. 지역병의원 추천 프로그램을 개발해 환자의 주소지와 질환을 근거로 가까운 병의원으로 안내하는 것.

김 원장의 꿈은 고대 안암병원이 환자들로부터 존경받는 병원 1위가 되고 인간사랑, 환자사랑이 넘치는 의료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는 “병원을 믿고 귀중한 생명을 맡겨 주신 환자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은 최상의 치료 결과로 감동을 안겨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