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작가’서 ‘빛의 작가’로 새로 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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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균의 ‘빛’전

그림을 통해 공황장애를 극복한 화가 오치균 씨의 ‘램프’. 노화랑 제공
그림을 통해 공황장애를 극복한 화가 오치균 씨의 ‘램프’. 노화랑 제공

국내 미술시장의 대표적 블루칩 작가인 오치균 씨(58·사진)는 지난해 여름 숨을 못 쉴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갑작스러운 하반신 마비 증상까지 겹쳐 공포와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젊었을 때 앓던 공황장애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11∼25일 서울 인사동길 노화랑에서 열리는 ‘오치균, 빛’전은 그 상처와 고통에서 길어 올린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다.

컬렉터들이 열광하는 감나무 그림 때문에 ‘감 작가’로 알려진 그가 선택한 새 화두는 빛이다. 작업실의 어둠을 파고드는 한 줄기 빛과 빈 의자, 노란 빛을 내는 램프 등 실내 풍경이 쓸쓸하면서 평화롭다. ‘뉴욕’ ‘사북’ ‘산타페’ ‘감’ 등 그의 작업에서 빛은 중요한 요소였지만 광원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처음이다. 개막에 앞서 전시장을 둘러보던 화가는 “독일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은 절대 꺼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영원과 이어진 듯한 촛불을 생각하며 ‘나는 꺼질 수 없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린 작업”이라고 말했다.

화가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15년간 운동으로 단련한 탄탄한 몸, 흰 남방 아래로 언뜻 비치는 온갖 동물 문신에 위압감을 느낀다. 그는 “‘동물의 왕국’ 같은 세상에서 문신은 일종의 보호색이자 나의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한 방편”이라고 했다.

붓 대신 손가락에 물감을 찍어 그리는 화가는 “내 작업은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몸으로부터 나온다”며 이 말을 덧붙였다. “감만 그린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감 그림만 찾으니 다른 작품은 발표할 기회가 없었다. 솔직히 시장성 때문에 감 그림에 머무른 점도 있었다. 아픈 다음에 알게 됐다. 그림은 내게 생명이란 것을.” 02-732-3558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오치균#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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