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150만원-에쿠스 400만원… ‘저탄소 부담금’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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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車 협력금 실효성 논란]
3개 국책硏 잠정안 내년 시행땐… 국산車 구매자 年748억 더 부담

국산차 '저탄소' 비상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산업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저탄소차협력금 부과 기준(잠정안)을 9일 공개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의뢰로 함께 만든 잠정안이지만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축 및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경제효과 분석이 연구원별로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들에게는 부담금을 물리고,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이날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엘타워에서 열린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공청회’에서 세 연구원이 내놓은 잠정안은 자동차가 배출하는 CO₂ 양에 따라 10개 구간을 나눈 뒤 △전기차에 1000만 원 △하이브리드차에 200만 원 △CO₂ 배출량이 적은 차에 50만∼100만 원을 지급하고 △CO₂ 배출량이 많은 차에 75만∼400만 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뼈대다. 잠정안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는 차 가격 외에 부담금이 최대 150만 원 붙는다. 반면 BMW ‘320d’를 사는 소비자는 보조금 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과 기준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부담금 및 보조금 액수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은 사실상 간접세로 간주돼 ‘탄소세’로도 불린다. 물건을 살 때 제품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가 추가로 붙듯이 CO₂ 배출량에 따라 추가로 정해진 금액만큼 차 가격이 올라간다. 국내 시장에 중대형차를 많이 수출하는 미국이 가격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무역마찰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경부는 이 제도를 통해 걷은 부담금을 별도 계정에 적립해 보조금 지급 재원으로 전액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은 환경부가 2020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CO₂ 배출량을 160만 t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제도 도입으로 인한 감축량은 54만8000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내년 1년간 국산차 구매자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은 748억5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연구원은 2020년 국내 완성차업체 및 부품업체의 생산액이 2조8409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2020년 배터리 산업에서 2조2000억 원의 부가가치와 1만7000만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 반응도 양쪽으로 나뉘었다.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경유차 개발을 등한시해 오면서 매출의 70% 이상이 중대형차에 편중됐다”며 “제도 도입을 계기로 국산차 업계는 연료소비효율(연비)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자동차세를 올리는 등 기존 정책을 이용해 충분히 CO₂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며 “오히려 하이브리드차에 지원금을 적용하면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더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대기환경보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저탄소차협력금제는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실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환경부 소관인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돼야 하지만 정부 부처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제도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년 초 시행해 2019년 부담금 상한액을 500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산업부는 “부담금을 낮추든 시행 시기를 유보하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안을 폐기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을 때 논의할 문제가 이제야 논의되는 것이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자동차를 살 때 몇십만 원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파는 소비자들이 논의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재형 기자
#제네시스#에쿠스#저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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