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스마트폰뱅킹族, 은행엔 ‘골드 고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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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13% 모바일뱅킹 이용… 고액 금융거래 많아 수익 큰 도움
글자 키우고 간편하게 앱 개선나서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전자회사 사옥에서 열린 노년층 대상 스마트폰 사용 교육 행사장에서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전자회사 사옥에서 열린 노년층 대상 스마트폰 사용 교육 행사장에서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현례 씨(68)는 복잡한 은행업무도 스마트폰으로 척척 해결하는 ‘실버 스마트뱅킹족(族)’이다. 지난해 스마트폰을 장만한 뒤 모바일뱅킹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김 씨는 “글씨가 작아 다소 불편하긴 해도 언제 어디서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으니 좋다”며 “금리를 우대해 준다고 해 정기예금도 모바일뱅킹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쓰는 장년층이 늘어나면서 시중은행들이 ‘실버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장년층의 수는 20, 30대에 못 미치지만, 이들 상당수가 자산가이거나 고액 금융거래를 하는 ‘알짜 고객’이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바일뱅킹 이용자 중 50∼59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0%, 60세 이상 비중은 3.5%였다. 2012년과 비교해 50대는 1.6%포인트, 60대 이상은 0.9%포인트 비중이 늘었다. 특히 60대 이상은 1년 새 모바일뱅킹 고객이 34.6%나 증가했다.

은행들은 실버 스마트뱅킹족의 이용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뱅킹의 주요 이용자인 20, 30대보다 60대 이상 장년층이 은행 수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시중은행들의 판단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연령대별 스마트뱅킹 이용실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모바일뱅킹 이용자의 67.5%는 ‘잔액을 확인하기 위해 모바일뱅킹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60대 이상 이용자의 74.4%는 실제로 돈을 보낼 때 모바일뱅킹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또 60대 이상 고객의 15.4%는 최근 1년 새 모바일뱅킹을 통해 예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15.0%) 40대(13.5%)보다 높다. 오영선 하나금융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장년층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중이 아직 높진 않지만 한 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젊은 세대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어르신들이 과거보다 크게 증가한 데다 첨단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장년층 역시 갈수록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버 스마트뱅킹족이 ‘돈 되는 고객’이라는 점을 간파한 은행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씨 크기를 키우고 고객이 찾지 않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빼 장년층이 모바일뱅킹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개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업그레이드한 ‘스타뱅킹 3.0’을 통해 이용자가 모바일뱅킹을 이용할 때 글씨를 큼직하게 키울 수 있도록 했다. IBK기업은행은 계좌조회, 이체 등 고객들이 주로 찾는 서비스만 제공하는 ‘간편뱅킹 앱’을 최근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 ‘신한S뱅크’의 모든 메뉴에 음성 안내를 지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년층의 모바일뱅킹 이용행태를 다각도로 연구해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스마트폰뱅킹#모바일뱅킹#금융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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