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 환율까지 뚝… 수출 앞마당도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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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약세영향 34개월새 최저… 기계 등 5개 수출품 경쟁력 떨어져
5월 對中수출 2013년비 9% 급락

중국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이 2년 10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앞서 5일에는 원-엔 환율이 5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다른 나라 화폐와 비교한 원화 가치가 줄줄이 오르면서 일본, 중국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원-위안 재정환율은 1위안당 162.9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7월 중순 이후 2년 10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화와 위안화는 시장에서 직접 교환되지 않아 원-위안 환율은 원-달러 환율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계산된 재정환율로 파악된다. 1월 27일 1위안에 179.19원 선이었던 원-위안 환율은 최근까지 8% 넘게 하락했다.

2005년 이후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미국의 압박으로 꾸준히 올랐지만 올해 들어 하락세로 반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수출에 힘을 실으려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의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는 한국의 대중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대중 수출액은 113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했다. 월간 기준 대중 수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 중 중국 현지 기업에 부품이나 소재 등 중간재를 공급하는 업체가 많아서 한국 경제가 위안화 약세에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중국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 기업들도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와 조선 및 일반기계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위안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8대 수출품목의 무역특화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기계,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정밀기기 등 5개 품목의 비교우위 지수가 중국보다 낮아 대중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의 위안화 변동을 주시하고 있는 미국이 위안화가 약세를 지속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재무부는 4월 환율보고서에서 “위안화 약세가 시장 중심 환율 정책에서 후퇴한 것이라면 심각한 우려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 중국에서 핫머니가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장기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로서도 위안화 약세가 더 지속되면 중국 기업에 환손실이 생기는 등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약세 추세가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환율#위안#대중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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