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우울증’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돌아갈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 경제의 ‘우울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민들은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신제품 출시를 사실상 중단했다. 정부는 잘못된 기업 규제를 혁파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공언(公言)했으나 최근에는 “규제 완화가 세월호 참사를 불렀다”는 주장에 밀려 주춤거린다. 세월호 여파가 길어지면서 한국의 ‘경제 시계’가 정지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보다 3.6포인트 떨어진 105로 8개월 만의 최저치다.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아도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7% 줄었고 서비스업 생산은 1% 하락했다. 내수 위축의 충격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쌓아둔 돈으로 그나마 버티지만 골목 상권과 영세 상인들의 비명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상수지가 26개월째 흑자를 이어간 것은 다행이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최근 원화 강세로 인해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20원대까지 내렸고 100엔당 원화 환율은 1000원대가 무너졌다. 원화 강세는 수입 물가 하락과 ‘기러기 아빠’의 송금 부담 감소 같은 순기능도 있지만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무역수지를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5% 증가해 6분기 연속 성장했다. ‘아베노믹스’의 엔화 약세와 통화량 확대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일본의 장기 불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아베 정권은 한 걸음 나아가 기업들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 4월부터 법인세율을 낮출 방침이다. 미국도 1분기에는 3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했지만 2분기에는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나 스페인의 법인세율 5%포인트 인하 방침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다. 걸핏하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정치권과 대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공공개혁, 규제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등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추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런 다짐이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이 끝나는 대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일부 경제 부처 각료들을 경질해 느슨해진 경제 정책을 다잡아야 한다. 국회는 표류하고 있는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부터 조속히 처리하길 바란다. 국민과 기업들도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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