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석영중]이국적 관광지로 성큼 다가오는 러시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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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러시아 관광청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1차 한국-러시아 관광포럼’에 다녀왔다. 양국 간의 관광 교류 확대를 위해 개최된 이 포럼은 두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첫째, 올레크 사포노프 관광청장 대행을 비롯한 50여 명의 러시아 대표단이 보여준 적극성이다. 러시아 대표단은 자국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홍보물에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지역을 상당수 포함시켰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하면 연상되는 곳은 늘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정도다. 그런데 이번 대표단은 북극권에 속하는 북서 시베리아의 야말 반도, 러시아 중남부의 탐보프 주, 볼가 강 연안의 고도 니즈니노브고로드, 캅카스 산맥 인근의 잉구셰티야 공화국 등 이름부터 매우 이국적인 지역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이 중 몇 곳은 명품 관광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였다.

둘째, 포럼이 보여준 논의의 솔직성이다. 관광산업 현장에서 활동한 우리 측 전문가의 직접적인 체험담은 한-러 교류의 현주소를 꼼꼼하게 되짚어볼 기회를 제공했다. 인사치레나 화려한 수사 없이 솔직하게 제기한 문제점들은 한국의 러시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소중한 고언이 됐다. 고비용, 언어장벽, 불편한 항공 스케줄 등은 러시아 여행에서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생태관광, 고전문학관광, 예술관광 등 혁신적이고 고급스러운 관광 상품은 이러한 단점을 상쇄시켜 러시아가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러시아가 여러 문제점을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가 한-러 관광 교류의 청신호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리적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공감대를 지니고 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두 나라 모두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놀라운 유연성과 창조성을 발휘했다. 한국인과 러시아인은 모두 친구를 좋아하고 손님을 환대하며 노래를 사랑하고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러 관광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양국 간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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