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2013년 7월 7명 목숨 잃은 노량진 수몰사고는 人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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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막을 3차례 기회 모두 날려
서울시 특별감사 결과
① 장비통로 한강물 유입 대책 없어
② 차수판 얇은 철판 붙여 부실제작
③ 물 들어와도 작업자 철수 안시켜

지난해 7월 일어난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로 밝혀졌다. 노량진 수몰사고 현장 모습. 동아일보DB
지난해 7월 일어난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로 밝혀졌다. 노량진 수몰사고 현장 모습. 동아일보DB
지난해 7월 7명이 숨진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는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총체적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명사고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최소 3번은 있었지만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시 감사관실이 공개한 ‘노량진 배수지 사고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강변 도달기지 수직구(공사장비를 회수하는 통로) 안전대책 △터널 내 침수방지용 차수판 설치 △사고 전날 및 당일 안전조치 등 3번의 예방 기회가 있었지만,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어서 사고가 발생했다.

우선 1차 안전시설인 도달기지 수직구로 한강 물이 들어올 가능성에 대한 안전대책이 전무했다. 수직구는 과거 1단계 공사 시에도 3번이나 침수된 사례가 있었다. 또 2단계 공사 과정에서 시공 오차가 발생해 침수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당연히 강물 유입 방지 시설을 설치하거나 상수도관 연결, 보호콘크리트 타설 등 안전 조치를 해야 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직구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어도 2차 안전시설인 차수판이라도 적정하게 설치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침수를 전제로 설치한 유일한 안전장치인 차수판은 시공 계획부터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 과정에서도 얇은 철판을 사용하고, 4개의 철판 조각을 용접으로 잇는 등 부실하게 제작됐다. 시공업체와 감리업체 모두 차수판만 믿고 있었지만, 부실한 차수판은 결국 외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고 터널 내로 물이 급작스럽게 유입됐다.

3차 안전조치인 사고 전날과 당일의 현장 조치도 부실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사고 전날인 7월 14일 공사를 쉬면서 한강 수위 상승으로 수직구에 물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공업체 및 감리업체끼리 전진기지 침수 대비 양수기 등의 준비 상황만 점검하고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에도 터널 현장에서의 공사 중지, 작업자 철수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 결국 수몰사고에 이르게 됐다.

시는 시공업체 3곳에 영업정지 4개월에 더해 영업정지 6개월 또는 도급금액의 6% 과징금, 감리업체에 업무정지 12개월 또는 과징금 6000만 원 이하 등의 처분을 요구하고, 건설업체와 감리업체에 1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기로 했다. 또 관련 공무원 2명을 경징계하고, 4명에게 훈계 조치를 내렸다.

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만이라도 가지고 대비를 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고”라고 밝혔다.

앞서 1월 서울중앙지법은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하청업체 현장소장 권모 씨(44)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시공업체 현장소장 박모 씨(48)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책임감리관 이모 씨(49)에게는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발주기관인 시 상수도관리본부 담당 직원 이모 씨(53)에게는 공사 현장의 안전에 대한 구체적 사안을 실질적으로 감독할 책임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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