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m 거리서 프리킥 날릴땐 15도 위 초속 30m로 강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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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 D-4]

지름 22cm, 무게 437g.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에 한국 대표팀의 운명이 달려 있다. 홍성찬 일본 쓰쿠바대 스포츠과학연구소 박사는 다양한 조건에서 브라주카의 물리적 특성을 실험한 결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보다 날아갈 땐 안정적이지만 슛을 날릴 때는 더 정교한 힘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여러 번 차더라도 같은 지점에 안착

브라주카는 공 표면의 조각(패널)이 총 6개로 역대 공인구 중에 가장 적다. 자불라니는 8개, 2006년 독일 월드컵의 ‘팀가이스트’는 14개였다. 브라주카를 만든 아디다스는 “다른 공에 비해 완벽한 구(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홍 박사팀은 일정하게 공을 차는 ‘킥봇’을 이용해 브라주카와 자불라니를 각각 25m 떨어진 지점까지 날려 보내는 실험을 40회씩 진행했다. 공을 찰 때마다 초속 15∼30m로 힘 조절도 했다. 보통 선수들끼리 패스할 때 초속 15∼25m 정도이며, 골을 넣기 위해 힘껏 찰 땐 초속 25m 이상 나온다.

실험 결과 브라주카는 25m 지점까지 날아가는 동안 공기저항을 거의 일정하게 받았다. 떨어진 지점도 거의 일정했다. 반면 자불라니는 ‘마구(魔球)’라는 별명처럼 날아가는 동안 브라주카보다 좌우로 2배 이상 심하게 흔들리면서 공기저항이 계속 달라졌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브라주카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중앙에서 공격 진영으로 공을 정확하게 연결해주는 선수, 우리 대표팀에서는 기성용 선수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프리킥은 15도 각도에 초속 30m로

브라주카가 자불라니보다 더 민감하게 다뤄야 하는 공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패스할 때 브라주카가 받는 공기저항은 자불라니보다 작았지만, 골을 넣기 위해 강슛을 날릴 때는 자불라니보다 공기저항이 컸다. 즉 가벼운 패스나 롱 킥을 시도할 땐 자불라니보다 약하게 차는 게 좋고, 슛을 날릴 때는 더 세게 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브라주카의 패널 수를 줄인 대신 패널끼리 연결하는 이음매가 길어져 결과적으로 실밥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홍 박사는 “골프공에서 표면이 매끄러우면 공기저항이 커져 공이 느려지기 때문에 일부러 미세한 홈인 딤플을 파 속도를 높이는 것처럼 브라주카에서는 실밥이 딤플 역할을 한다”면서 “브라주카의 실밥은 3.32m로 1.98m인 자불라니보다 1.5배 가까이 길어 공기저항을 낮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프리킥 상황에서는 브라주카를 어떻게 차는 것이 유리할까. 홍 박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5m 거리에서 프리킥을 날릴 경우 15도 각도를 향해 초속 30m로 차야 골키퍼 손이 닿기 어려운 지점에 골을 꽂아 넣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박사는 “이렇게 찰 경우 골대에 도달하는 시간은 0.99초이며 도착 시 높이는 2.28m여서 높이 2.44m인 크로스바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다”면서 “같은 방식으로 자불라니를 차면 2.49m 지점에 공이 떨어지기 때문에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온다”고 말했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브라질 월드컵#프리킥#브라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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