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인터뷰]‘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펴낸 박원갑 국민銀 수석전문위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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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아파트 집착 줄지 않았지만, 집을 이용한 자산증식 시대 막 내려”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전환됐다지만 여전히 많은 분이 제게 ‘집을 언제 사는 게 좋을지’를 묻습니다. 집을 안식처인 ‘홈’이 아닌 투자재인 ‘하우스’로 본다는 뜻이죠. 부동산 광풍시대가 이성을 집단적으로 마비시킨 결과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의 맹신과 좌절 등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를 최근 낸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사진)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을 이용한 자산증식 신화’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했다.

“건축물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이 나오면 단지 입구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주간 단위로 아파트 가격을 매기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부동산문화입니다. 집을 가치보다는 가격으로 보는 한 하우스푸어(내 집 빈곤층)의 불행은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박 위원에 따르면 한국인이 부동산에 맹목적인 신념을 갖게 된 것은 공공복지 등 경제적 안전망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집이 ‘중산층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성공 사례들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박 위원은 강조했다. 세종시 아파트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주택용지를 반납했다가 뒤늦게 뒷목을 잡았던 대형 건설사들처럼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은 전문가들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격변기였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하우스푸어의 시행착오는 ‘개인의 착오’가 아니었다며 등을 토닥였다. 이제 젊은층은 굳이 집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에 대한 ‘집착’은 줄지 않았다. “아버지 세대는 가진 돈에 맞춰 집을 사서 신혼을 시작했다면 자녀는 반드시 아파트에서 출발하기 위해 버거운 대출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 키즈’가 아파트를 거주 공간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부동산 정보 시장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그가 전망하는 아파트의 미래는 무엇일까.

“국내 부동산은 일본처럼 극단적인 모습으로 하락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추월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집을 투자재가 아닌 본연의 가치 그대로 생각할 시대가 온 것입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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