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G3에 대체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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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김지현 기자
‘3일 천하.’

지난달 28일 선보인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G3’(사진)의 판매 추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8일 국내 이동통신 3사 집계에 따르면 G3의 하루 판매량은 이달 3일을 기점으로 400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출시 당일인 지난달 28일과 이튿날인 29일에는 하루 3만 대씩, 30일에도 2만 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만에 판매량이 10%대로 급감한 것이다. G3의 판매량은 4, 5일에도 4000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G3는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가 종료되는 시점에 출시되면서 눌려 있던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효과를 봤다. 특히 G3의 출고가 89만9800원을 웃도는 최대 10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알려지면서 출시 전날인 지난달 27일 밤부터 ‘G3 공짜폰’ 대란이 벌어졌다.

이동통신사들의 월별 실적이 나오는 월말에 출시된 점도 보조금 경쟁을 부추겼다. 온라인 스마트폰 공동구매 사이트마다 예약이 줄을 섰고 28일 하루에만 3만 대가 개통됐다. 오랜만에 벌어진 가입자 유치 전쟁에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29, 30일 분량까지 미리 개통 예약을 해놓고 최대 70만 원을 현금으로 별도로 지급하는 ‘캐시백’ 전략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긴급 조사에 착수하면서 G3를 둘러싼 열풍은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판매량도 급감한 것이다.

이번 소동이 LG전자에는 이득일까, 손실일까. 우선 G3 판매 10만 대 단기 돌파라는 ‘기록’을 손에 넣은 것은 득이다. 하지만 회사를 대표해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 중 일부가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팔린 것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아무리 혼탁하다 해도 제조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 모델이 출시 첫날부터 공짜로 판매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LG전자는 G3 출시에 앞서 이동통신사들에 불법 보조금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 명의 인력이 지난 1년간 고생해서 만든 훌륭한 제품이 이동통신사들의 과당경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를 입은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김지현·산업부 jhk85@donga.com
#G3#LG전자#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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