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이런 자사고는 없애는 게 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8일 2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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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교육 찬성, 내 아이는 빼고”강남좌파식 진보교육감 시대
부모능력 없어 학교선택 못하고 학교는 학생선발 뜻대로 못해
자율 없는 자사고 재점검해야
국민이 더 원하는 건 전교조개혁 개천에서 용 내야 ‘진짜 진보’다

김순덕 논설실장
김순덕 논설실장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달아오르기 전, 우리 회사를 방문한 조희연 후보는 연극배우 초창기 때 문성근처럼 해맑게 웃는 사람이었다.

“우리 애들이 외고 나왔는데 걱정이에요. 남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고백을 하는 그에게 나는 말했다. “아드님같이 외고가 필요한 사람도 있으니까 절대 없애겠다고 하지 마세요. 대신 일반고를 훨씬 좋은 학교로 만들겠다고 하면 제가 지지할게요.”

내 조언이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일반고 전성시대’ 공약을 내걸었고, 어부지리(漁父之利)이든 착하고 똑똑한 아들 덕분이든 서울의 교육 수장(首長)으로 덜컥 당선됐다.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3곳을 차지한 이른바 진보, 친(親)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감들의 대표적 공통공약이 자율형사립고 폐지다. 조희연도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패한 교육정책이므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부분 일반고로 전환시키고 제2의 고교 평준화 시대를 열겠다”고 당선 뒤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가 외고는 쏙 빼고 자사고 폐해만 언급하는 건 부모로서 찔리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들을 외고와 자사고에 보내고도 ‘특권학교 저격수’로 뛴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나 김형태 전 교육의원보다는 그래도 낫다.

강남좌파의 특징이 ‘평등교육 찬성. 단, 내 아이는 빼고’다. 그들 진영에서 대안교육으로 이름난 전직 여교수를 교육감 후보로 검토하다 자녀가 이중국적자여서 포기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진보적 어린이잡지를 내는 김규항이 인터넷매체에 “진보적 성향 명망가나 지식인의 아이들이 전부 외국에 있거나 외고 자사고 아니면 대안학교에 모여 있더라”고 털어놨겠나.

나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파에 끌리는 사람이다. 학교 선택을 내걸고 출범한 자사고지만 이념과 진영논리를 떠나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이를 자사고에 보낸 학부모나 일반고에 보낸 학부모 모두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며 끓어 넘치기 일보직전이어서다.

자사고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학비를 3배 더 내는데도 학교가 3배 더 잘 가르치지는 못한다는 거다. 당연하다. 학교 측에서 보면, 정부가 일반고에 대주는 인건비 약 30억 원을 학부모가 부담할 뿐 나머지는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 쪽에서도 굳이 이점을 찾는다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 학습 분위기가 좋다는 정도지, 주입식 교육 내신경쟁을 위해 죽기 살기로 학원 다니는 건 마찬가지다.

자사고에 떨어져서, 실력이 안 돼서, 그리고 학비를 3배 더 낼 수 없어서 일반고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은 분통과 원통함에 부르르 떤다. 교사들은 공부 잘 가르치기를 아예 포기한 것 같고, 아이들이 쭉정이고 민무늬고 알몸고에 다닌다며 공부할 생각을 않는 것도 못 봐 주겠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학교 선택권을 넓힘으로써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자사고 도입 목표는 달성됐다고 하기 어렵다. 우리의 학교 선택제는 미국의 차터스쿨처럼 성적 제한 없이 희망자를 추첨으로 뽑아서 세금으로 치열하게 공부시키는 것도 아니고, 바우처 제도를 통해 질 낮은 공립 대신 사립학교를 택한 저소득층의 부담을 없애주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제도다.

성적이나 부모의 능력 때문에 선택할 수 없는 권리를 선택권이라고 할 순 없다. 학교 측에서 봐도 학생선발과 교과편성도 뜻대로 못하면서 막대한 부담금만 내야 하는 비(非)자율형이다. 자사고 덕분에 절감된 연 1500억 원의 교육재정이 다 어디로 갔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강남 등 일부지역 자사고 빼고는 학업성취도 향상도 크지 않다. 마침 올해가 자사고 첫 평가의 해인 만큼 제대로 된 점검과 재정립이 절실한 때다.

다만 진보를 자처하는 교육감들이 진정 사회발전을 고민하는 진보라면, 전교조 개혁을 같이 해야 한다. 당신들 진영에서 자녀를 외국에, 특목고에, 자사고에 보낸 데는 전교조에 대한 걱정도 있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게 하겠다는 열의는커녕 용이 나오는 사회가 잘못됐다며 교단을 정치화하는 교사, 인성교육을 핑계로 수업은 대충 때우면서 교원평가엔 결사반대하는 교사들이 주로 전교조에 뭉쳐 있다. 이런 전교조는 그냥 두고 자사고만 때려잡는다면 일반고 전성시대가 아닌 전교조 전성시대, 교육의 암흑시대를 피할 수 없다.

김순덕 논설실장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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