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0代들에게 인터넷은 ‘관계 확장 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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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청소년 읽기/카베리 스브라맨얌, 데이비드 슈마헬 지음/도영임, 김지연 옮김/432쪽·2만3000원·에코리브르

무섭다. 인터넷에 중독된 임신부가 PC방에서 아기를 낳고 살해한 후 도망갔다는 뉴스가 나온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10대가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사건도 보도된다. 자녀방에 설치된 PC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섬뜩하다. 범죄 원인이 ‘인터넷 중독’이라고 하지 않았나. 부모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두 저자는 인터넷과 청소년 심리, 행동양식을 분석한 결과 기성세대의 우려와 달리 청소년이 인터넷에 중독된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 생활 속 자아를 발전시키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실 속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 ‘온라인 자아’가 만들어져 실제 삶에서 할 수 없는 욕설, 중독, 폭력 등 부정적 행태를 쉽게 발현시킨다는 기존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다. 청소년은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을 ‘데리고’ 온라인 세계에 들어가 상호 작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중국 헝가리 캐나다에 사는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인터넷 이용이 늘어도 친구나 가족과 대면(對面)시간은 줄지 않았다. 연락빈도는 오히려 늘었다.

그렇다고 인터넷 중독의 위험성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에 대한 중독(addiction to the internet)’인지 ‘인터넷에서의 중독(addiction on the internet)’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전자는 단순히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라 위험성이 작다. 반면 후자는 인터넷 속 음란, 폭력물 등 특정 분야에 대한 병리적 중독, 즉 약물중독 및 거식증과 유사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 치료가 필요하다.

또 자녀의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해 필터링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식의 ‘기술적 중재’보다는 자녀가 자주 찾는 온라인 사이트를 함께 방문하고 토론하는 ‘평가적 중재’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디지털 시대의 청소년 읽기#청소년 심리#인터넷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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