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충일 추념식 지각한 야당, 6·4 민심 깨닫지 못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7일 03시 00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어제 열린 제59회 현충일 추념식에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들이 모두 지각했다. 김한길 대표는 오전 10시 애국가 제창이 끝난 뒤, 안철수 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는 그 후 1분간의 묵념이 있고 나서야 자리를 잡았다. 대통령 경호로 인한 교통 통제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세균 전 새정치연합 대표는 지각하지 않았다. 외국사절과 시민, 학생 1만여 명이 시간에 맞춰 참석했다. 야당 인사들이 국가 행사, 그것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추념식에 약속이나 한 듯 늦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새정치연합 일부 의원들은 대한민국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종종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던가.

김한길 대표는 6·4 지방선거 직후 “여야 모두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라는 엄중한 명령”이라며 새정치연합부터 변해 책임 있는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며칠이나 지났다고 오만에 빠진 것인지 묻고 싶다. 새정치연합이 수도 서울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을 싹쓸이하다시피 승리한 건 사실이다. 강원과 충청권(세종, 대전, 충남북)의 광역단체장도 모두 차지했다. 광역단체 17곳 가운데 9곳에서 승리했으니 내심 자신들이 이긴 선거라고 자위(自慰)할지 모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야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였음에도 새정치연합은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을 여당에 내줬다. 강원과 충청권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에 완패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를 뽑는 전국의 정당 투표에서 41.2%를 얻어 새누리당(48.5%)에 크게 뒤졌다. 텃밭인 호남권의 무려 15개 시군에서 민심을 외면한 공천으로 무소속 후보에게 기초단체장을 뺏겼다. 내용상으로 보면 사실상 새정치연합이 패한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여야 모두에 경고와 함께 국가 대개조에 나서라는 명령을 내렸다. 대통령과 여당도 변해야 하지만 진짜 변해야 할 당사자는 바로 야당임을 깨달아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당리당략을 앞세우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구태부터 청산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을 무기삼아 법안 연계 처리를 주장하면서 민생 관련 법안까지 저지하는 등 국정의 발목을 잡는 행태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선거 결과를 오판하다가는 7·30 재·보선에서 국민의 외면을 받을지 모른다.
#제59회 현충일 추념식#새정치민주연합#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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