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5년간 1인당 18장꼴 풀렸는데… ‘신사임당’ 어디로 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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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율 2013년 49%… 절반이 숨은셈
상당수 지하경제 ‘검은돈’ 악용 우려

5만 원권(사진)이 발행 5년 만에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 잔액의 70%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퍼지면서 화폐 거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중을 떠돌다 중앙은행으로 회수되는 5만 원권은 갈수록 줄어 지하경제의 ‘검은 돈’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5만 원권 발행 잔액은 43조8510억 원으로 전체 화폐 잔액(64조4540억 원)의 6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장수로는 8억7702만 장으로 국민 1인당 17.8장씩 갖고 있는 셈이다.

2009년 6월 23일 첫선을 보인 5만 원권은 그해 말 9조9230억 원어치가 발행된 이후 매년 7조∼8조 원씩 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전체 화폐잔액에서 5만 원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말 28.0%에서 2011년 말 55.7%, 2013년 말 66.5%로 빠른 속도로 커졌다.

반면 10만 원권 자기앞수표는 5만 원권에 자리를 내주며 사용이 급감하고 있다. 10만 원권 자기앞수표의 하루 평균 결제규모는 5만 원권이 발행되기 전인 2008년 374만2000건에서 지난해 112만9000건으로 뚝 떨어졌다.

시중에 5만 원권이 빠르게 풀리는 것과 달리 환수율은 최근 떨어지고 있다. 5만 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서 꾸준히 올라 2012년 61.7%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에는 48.6%로 크게 낮아졌다. 올해 1분기(1∼3월)는 28.6%까지 떨어져 2009년 4분기(10∼12월)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환수율이란 특정 기간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시중에서 돌다가 다시 한은으로 돌아오는 비율을 뜻한다. 1만 원권과 1000원권 환수율이 90%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5만 원권은 시중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5만 원권은 발행 전부터 지하경제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등 세정당국의 과세가 강화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의 현금수요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3월에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화되고 저금리로 화폐 보유 성향이 높아졌다”며 5만 원권의 증가 원인을 설명한 바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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