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길환영 사장 해임, ‘KBS 개조’ 첫걸음으로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KBS 이사회가 어제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다. 노조 파업과 보도국 간부의 줄 이은 사퇴로 구성원의 신임을 잃은 길 사장 체제로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임제청을 받아들이면 길 사장은 서영훈(1990년) 정연주(2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해임된 사장으로 기록되면서 파업 등과 관련한 직무 수행능력 문제로 물러나는 첫 사례가 된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노조 파업으로 KBS 방송 파행이 계속됐다. 부실 방송은 6·4지방선거까지 이어져 선거 하루 전날에는 개표방송에 대비한 모의 출구조사 결과가 유출됐다. 국가적 대사인 선거방송마저 뒷전인 KBS를 국가기간방송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BS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데는 길 사장의 책임이 무겁다. 내부 갈등을 추스르지 못해 파업으로 이어졌고 민감한 시점에 개표방송에 대비해 만든 가상 데이터의 유출이라는 사고까지 터져 공영방송의 신뢰에 먹칠을 했다. 그만큼 내부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얘기다.

KBS는 국가 재난방송 주관사이면서도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영진은 인사와 보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노조 측은 시청자를 볼모삼아 불법 파업에 들어갔다. 무책임한 경영진과 노조가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손 벌릴 때만 일치단결하는 집단이기주의와 몰염치를 보는 것도 이제 지겹다. 무늬만 ‘국민의 방송’을 위해 누가 수신료를 내고 싶겠는가.

KBS 사태가 사장 퇴진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에서 ‘국가적 재난’이 된 KBS의 본질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 경영진과 노조는 각기 외부 세력을 등에 업고 ‘새 사장 임명-노조의 편향 시비-파업’의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경영진과 노조도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비뚤어진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걸핏하면 파업을 앞세워 국민의 시청권을 빼앗는 노조에 언제까지 ‘철밥통’을 보장해야 하는가. 정권과 노조에 흔들리지 않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 ‘KBS 개조’를 책임질 신임 사장의 조건이다.
#KBS#길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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