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현장 40km 밖 해상서 보름만에 실종자 추가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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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유실’ 우려가 현실로… 불안 커져
정부 ‘유실 방지선’ 구멍 뚫려

지난달 21일 288번째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발견된 지 보름 만에 289번째 사망자가 발견됐다. 세월호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0k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수습되자 시신 유실 가능성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5일 오전 6시 39분경 세월호 실종자인 조충환 씨(44)의 시신이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무인도인 매물도 북동쪽 1.8km 지점 해상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세월호 침몰 지점으로부터 북서쪽으로 40.7km 떨어진 곳이다. 조 씨의 시신은 매물도 인근에서 작업을 하던 어민 이모 씨(65)가 발견했다.

신안군 도초면의 작은 섬 화도에 사는 이 씨는 이날 오전 어선 유성호(5.89t)를 몰고 흑산면 매물도로 조업을 나가 우럭, 장어를 잡기 위한 그물을 설치하다가 유성호의 2, 3m 옆으로 검은색 바지를 입은 시신이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고 목포해경에 신고했다. 대책본부는 오후 2시경 진도 팽목항에서 1차로 지문을 확인했으며 정확한 확인을 위해 DNA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5일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세월호 실종자는 15명으로 줄었다.

이날 발견된 조 씨는 세월호 생존자인 조모 군(7)의 아버지다. 조 씨는 제주도 출장 겸 가족여행을 위해 큰아들 조모 군(11), 아내 지혜진 씨(44)와 세월호에 탑승했으나 둘째 아들 조 군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조 씨 가족 중 유일하게 구조된 둘째 아들은 현재 외할머니와 지내고 있다. 조 군의 외삼촌 지모 씨(43)는 “조카는 엄마와 아빠, 형이 하늘나라로 여행을 가 거기에서 잘 살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둘째 아들이 아침을 먹고 “놀러가겠다”며 혼자 선실을 나선 지 20여 분 뒤 갑자기 배가 기울었고 조 씨 부부는 둘째 아들을 찾으러 여객선을 헤매고 다녔지만 모두 숨졌다. 큰아들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아빠는 ○○이 찾으러 나갔다. 지금 배가 자꾸 기울고 있는데 할머니가 기도해 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조 씨의 큰아들과 아내는 4월 18일과 22일 각각 세월호 선내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조 군의 외삼촌 지 씨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가는 길도 함께하라고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며 “매형이 사랑하는 아들, 아내가 더이상 병원 영안실에서 추워하지 말라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의 아내 지 씨는 사고 당시 기울어진 배 안에서 잃어버린 자식이 오면 주려고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승객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으로 공개돼 많은 사람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고 지점 반경 11km 해역에 쌍끌이 어선 수색, 닻자망 그물 등으로 시신 유실 방지선을 설치했지만 조 씨의 시신은 사고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40.7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처럼 시신 유실 방지선에 구멍이 뚫린 원인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먼저 사고 초기 세월호 밖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이다. 대책본부는 사고 3일째인 18일에야 저인망 어선을 투입했고 4일째에 주변 해역에 그물망을 쳤다. 기상 악화로 수색이 중단된 1일부터 3일 사이에 시신이 선체 밖으로 유실돼 멀리까지 흘러갔을 수도 있다. 조 씨의 시신을 발견한 유성호 선장 이 씨는 “맹골수도에서 매물도까지는 물길이 통해 평소에도 조류가 강할 때는 2, 3일이면 매물도까지 유류물이 떠내려간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지점에서 20km 이상 떨어진 해역의 수색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도=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세월호 참사#세월호 실종자#시신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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